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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유, 공생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다… 사회적기업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STORY/Passion 피플

 

 

9년 전, 창신동 봉제골목 아이들을 위해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젊은 아티스트는 어느새 창신동을 기반으로 직원 8명이 함께 하는 사회적기업의 CEO가 됐습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산업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여성을 지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가 어워드’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원단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Zero Waste Design)’을 선보이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그는 이제 수많은 창작가와 소상공인을 연결해 제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기업명부터 독특함을 전하는 ‘공공공간’의 신윤예 대표를 지금 바로 만나봅니다.

 


 

_ 지역과 일자리, 예술을 품은 ‘공공공간(000간)’

 

 

 
 

“도시를 재생한다면서 마을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벽화를 그리는 거예요.

순수미술을 전공한 저도

과연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이 벽화일까? 의문이 들었죠.

 지역의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창신동에 공공공간을 열었어요. 

‘0’으로 비어 있는 공간을 지역의 특성으로 채워보자는 마음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공감, 공유, 공생하는 공간이라는 답을 얻게 됐고요.”


동대문 의류산업의 배후 생산지이자 약 3,000여 개 봉제공장이 있다고 알려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골목. 낙산 성곽 아래로 이어진 좁고 가파른 골목에는 집과 일터의 구분이 없는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60~70년대 산업화 시기엔 무척이나 활기가 넘쳤을 이곳은 서울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슬럼화된 동네이기도 했죠. 문화예술로 이 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보고 싶었던 청년기업가 신윤예 대표는 하루 22톤, 연간 8천 톤이 쏟아지는 원단 쓰레기에 주목했습니다.


 

 

“봉제골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원단 쓰레기 자루가

‘빈 백(Bean Bag)’ 소파처럼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버려진 자투리 천으로 업사이클링한 

‘제로 쿠션(Zero Cusion)’을 만들게 됐죠.

계절마다 유행 컬러가 담기고, 서로 다른 패턴의 원단이 섞이다 보니

같은 제품이 나올 수가 없어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쿠션으로 인기를 끌었죠.

버려지는 원단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다가

아예 처음부터 버려지는 원단을 없애보자는 생각에 다다르게 됐어요.”


 

 

공공공간의 대표 브랜드가 된 ‘제로 디자인(Zero Design)’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총 원단의 약 15~30% 정도가 쓰레기로 배출된다고 하는데요. 원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디자인한 후, 자투리 원단을 주머니나 커프스 등으로 활용한 공공공간의 제로 디자인은 원단 쓰레기를 5% 이하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셔츠로 시작한 제로 디자인 브랜드는 현재 바지, 원피스, 앞치마, 가방까지 다양해졌죠.


 

 

“처음부터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할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는

제로 디자인은 퍼즐 맞추기나 종이접기 하는 것과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자투리 천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제로 디자인만의 독특한 패턴이나 특색이 나오죠.

원단 쓰레기를 줄여 환경도 보호하지만

판매 금액의 50% 정도가

창신동 봉제 장인들에게 돌아가는 생산 구조로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요.”


공공공간은 제로 디자인 외에도 지역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공감, 공유, 공생을 위한 ‘소셜 디자인’입니다. 이름 없이 늘어선 창신동 봉제골목에 53개 간판을 설치한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 봉제박물관과 역사관의 아이덴티티와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침체된 지역자활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의 리브랜딩과 BI 디자인 등 공공공간의 소셜 디자인은 저마다의 날개를 달고 사람들에 마음에 새롭게 전해졌습니다.

 

 

 

_ 아티스트와 메이커스를 잇는 굿즈 실험실, 위드굿즈 

 

 

 

 

소셜 디자인을 통해 다채로운 시도와 혁신을 거듭해온 공공공간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위드굿즈(http://withgoods.net/)’입니다. ‘창작자의 굿즈 실험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위드굿즈는 창작자들에게 쉬운 굿즈 샘플링을 제공하고 체계적인 생산 및 배송관리 등을 도맡아 진행하는데요. 창작자들이 자신이 만든 굿즈를 업로드하면, 위드굿즈는 등록된 굿즈들을 2주간 선주문 받아 판매를 대행합니다. 제조업이 생소한 청년 창작가들에게는 베이스굿즈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죠.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술 작품 같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제품과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제로 디자인이라는 단일 브랜드로는 

H&M이나 유니클로, 자라(ZARA)처럼

크게 성장할 수 없겠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더라도

저희 혼자만의 디자인과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고요.

더 많은 청년 예술가, 디자이너와 함께 하면서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위드굿즈에는 그동안 공공공간이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는데요. 제품도 셔츠나 가방 등 패션 분야에서 패브릭 포스터, 텀블러, 쿠션 등 인테리어 및 생활용품 영역으로까지 확장됐죠. 


창신역 2번 출구에 위치한 공공공간은 ‘메이커 스페이스’로도 활용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창작자는 개인이 구입하기 힘든 후가공 기계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일반인은 실제 디자이너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 클래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제로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더 많은 제조업자들과 협력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떤 비즈니스 구조를 통해 

더 많은 아티스트들과 제조업자들을 연결하고

임팩트를 확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위드굿즈를 통해 이런 식으로도 상생의 생산과 소비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어요.”


신윤예 대표는 위드굿즈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 된 데에는 ‘SK-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합니다. MBA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어떤 자원을 확보하고, 어떤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통계나 회계 등 실질적인 데이터와 숫자를 보며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합니다.


“MBA 과정 당시 며칠을 밤새워 사업 계획서를 써가면

교수님들이 도자기 장인처럼

‘이건 아니야’하면서 고정관념을 깨주셨어요.

처음엔 상처가 됐지만 돌아보면 엄청난 기회고 배움이었죠.

예술가에서 경영자로 바뀐 터닝 포인트였다고 할까요?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해 내면서

수많은 파트너와 함께 사회적 임팩트를 넓혀가는 데 있어

관점을 새롭게 일깨운 계기가 됐습니다.”

 

 

 

_ 판을 바꾸는 디자인, 혁신가 이끄는 플랫폼 되고파

 

 

공공공간은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자율출퇴근제’와 서로의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사이트 회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자신이 일하고 싶은 도심의 공유 업무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원 데이 노마드 워킹’ 등 특별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워라밸에 대한 신윤예 대표의 특별한 신념이 녹아 있습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일과 라이프를 분리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하면서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이 나의 라이프에서도 새로운 영감으로 채워지는 것.

그게 진정한 워라밸이라고 생각해요.”

 

공공공간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신윤예 대표는 ‘디자인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브릿지로서의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업의 몸집을 크게 불리기 보다 판을 바꾸는 디자인과 혁신가를 이끌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공공공간이 지닌 핵심 역량과 파트너십을 맺은 이들의 핵심 역량을 연결해 다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와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를 삶 속에서 실현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는데요. 


 

 

“사회적기업 같은 곳에서 일해야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소비도 중요한 영역이니까요.

저 역시 미술학도였던 대학 시절부터

소방호스나 트럭 방수천으로 리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엘비스 앤 크레스’,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를 선호하고 SNS로 서포트했거든요.

그런 작은 실천들이 지금의 공공공간을 이루게 된 바탕이 된 것 같아요.

청년 분들도 아주 쉬운 것에서부터

자신만의 사회적 가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여기, 내가 머물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치열하게 들여다보며 공간과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온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앞으로 더 다채롭게 채워질 공공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화이트 큐브 속 예술이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디자인으로 사회적 임팩트를 전하는 공공공간의 아름다운 성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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