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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1등 TSMC의 연이은 사고, 韓 반도체 업계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TECH/반도체 Insight

 

 

타산지석(他山之石), ‘다른 산에 있는 돌이라도 옥을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통해 내가 한발 더 진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019년 새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뉴스는 지난달 대만 TSMC가 생산라인에 기준에 미달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대거 손실을 입은 소식입니다. 지난해 8월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산라인이 멈춘데 이어 반년 사이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두 번이나 발생한 것입니다. 철저한 공정 관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축적한 TSMC의 사고는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_ 사고 발생 한 달 후, 대만에서는

 

 

▲ TSMC

(출처: TSMC)

 

 

기자는 이달 초 별도의 취재 건으로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설날은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에서 한국 이상의 큰 명절로 공식 휴일만 9일에 이르지만 TSMC 직원들은 예외였습니다. 다들 지난달 사고에 따른 수습으로 상당수가 설날 연휴도 없이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는 국내 매체에 최대 웨이퍼 10만 장 분량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대만 현지에서는 2만~3만 장 정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TSMC는 “오염된 웨이퍼 상당 부분은 재생이 가능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자체 실적 전망치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지금의 TSMC는 우리가 알던 TSMC가 아니다”라며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지난해 6월 은퇴한 이후 굵직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일어난 과정을 살펴보면 TSMC가 기본적인 공정 관리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듭니다.

 

 

 

_ “기준에 미달하는 화학물질을 만든 협력사 잘못”

 

 

SK하이닉스 블로그 독자분들이라면 화학물질이 반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아실 것입니다. 물질 자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물론, 점도와 기화점 등 세부적인 특성 하나하나가 반도체 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화학물질 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TSMC 측은 “기준에 미달하는 화학물질을 만든 협력사 잘못”이라며 “피해액의 상당 부분은 협력사가 배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준에 미달하는 화학물질이 생산라인에 투입될 때까지 TSMC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점입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해당 화학물질이 사용된 생산라인의 하루 웨이퍼 처리량은 1000장 정도입니다. 피해 규모가 3만 장이라면 한 달 내내 문제가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도 관리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반도체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TSMC에서는 화학물질을 공정에 투입하기 전 두 단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협력업체는 생산된 제품을 TSMC의 검사 기준표에 맞춰 테스트한 뒤 화학물질을 보내야 합니다. 입고된 뒤에는 TSMC 자체적으로 샘플을 뽑아 본인들이 설정한 기준에 통과했는지 검사합니다. 공정 과정에서도 화학물질 이상을 걸러낼 기회는 많습니다. 웨이퍼가 정상적으로 가공되고 있는지를 인공지능(AI) 등이 실시간으로 체크해 보고서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과장급 등 현장에 있는 직원부터, 공장장, 생산 담당 임원 등 고위 직급까지 단 한 명도 한 달 동안 제대로 일을 안 했다는 것” 대만 매체들은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_ 모리스 창 퇴임 후 잇따른 악재

 

 

▲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 前 회장

(출처: TSMC)

 

 

화살은 지난해 6월 모리스 창 창업자의 퇴임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시 모리스 창은 물러나면서 자신의 역할을 두 명의 후배 경영인에게 나눠 맡겼습니다. 일상적인 경영은 웨이쯔자 회장,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주요 결정은 류더인 이사회 의장이 책임졌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대만 경영계에서는 TSMC의 뒤를 따라 경영자의 역할을 나누는 기업들이 늘어났습니다.


전직 TSMC 직원을 중심으로 한 대만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역할 분할이 책임을 모호하게 해 모리스 창 퇴임 이후 커다란 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나사가 풀렸다” “허리띠가 느슨해졌다”라는 말은 물론 “1+1이 2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쓴소리가 잇따랐습니다. 한 대만 전자업체 관계자는 “모리스창이 있던 시절에는 주문을 내면 일주일 만에 생산을 위한 견적서가 왔는데 지금은 3~4개월이 걸린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제조)라는 업종 자체를 새롭게 창조하고 해당 분야의 시장을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는 TSMC의 저력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모리스창이 있던 시절에도 한 번씩 있었던 사고가 경영 투명화로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성실(Integrity)’, ‘응답(Commitment)’, ‘혁신(Innovation)’, ‘고객 신뢰(Customer-trust)’. 모리스 창이 창업 초기부터 강조한 TSMC의 핵심가치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건사고로 인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라는 타이틀에 큰 타격을 입게 된 TSMC. 허물어진 기업정신을 다시금 되새겨봐야 할 시점인 듯합니다.

※ 본 기사는 기고가의 주관적 견해로, SK하이닉스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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