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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다!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STORY/Passion 피플

 

 

한국의 ‘프라이탁’이라 불리는 터치포굿. 하지만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과 견주기엔 그 활동 영역이 훨씬 버라이어티한데요. 플라스틱, 나무, 고무 등 버려지는 자원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산업폐기물로 해당 기업과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리싱크 솔루션과 도시 아이들을 위한 환경교육, 폐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소재 중개소까지! 사회적기업이 생소했던 2008년 설립 이후, 파급력 있는 기획과 실행력으로 사회적기업의 멘토가 된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_ 시간과 추억을 잇는 쓰레기의 재발견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요.

쓰레기는 시간과 추억의 매개체인 셈이죠.

그 시간과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쓰레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돼요.

저희는 그 가능성을 파는 기업입니다.”


뜨거웠던 2017년 대선, 버려진 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터치포굿의 정당별 리미티드 에코백은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에코백을 구입한 이들은 에코백과 더불어 후보에 대한 애정과 지지까지 간직할 수 있게 됐죠. 국내 유명 대학에서 발생한 이면지로 만든 합격 기원 포스트잇, 평창올림픽 성화대 슬로프 계단 폐기물로 만든 목재 램프, 빈 페트병으로 만든 북극곰 담요와 북극여우 은빛 카드지갑 등 터치포굿의 모든 제품에는 특별한 시간과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저희 목표예요.

저희 제품을 사고 싶다면, 쓰레기를 사야 하니까요.

하나의 제품이라도 잊지 못할 시간과 추억, 재미와 의미를 담기 위해

여러 번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유죠.”


곧 출시 예정인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레고 화분도 치열한 고민과 시도 끝에 탄생했는데요. 다양한 컬러의 레고로 나만의 화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식물이 스스로 물을 빨아들이는 저면관수형으로 설계해 식물 키우기에 자신 없는 이들까지 구미를 당기게 합니다. 터치포굿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리사이클, ‘업사이클(Up-cycle)’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업사이클이라는 용어가 터치포굿이 국내에 처음 들여온 개념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박미현 대표의 (웃픈) 사연을 들어보시죠.


“설립 당시 저희 브랜드명이 업사이클이었어요.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업사이클에 대한 검색 자료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그때 상표등록을 했다면 지금쯤 떼돈을 벌었을지도 모르는데…(웃음)

상표권 분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사이 손쓸 수도 없게 고유명사가 돼버렸어요.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죠.

저희가 독점했다면 이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_ 버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싱크(Sync)하다, 리싱크 솔루션

 

 

 

 

터치포굿의 또 다른 사업분야인 ‘리싱크(Re-Sync) 솔루션’ 역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리싱크 솔루션은 기업 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기업과 고객이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건데요. 덕분에 음지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산업폐기물이 기업의 특색과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빛을 보게 됐습니다.


“화장품 회사의 의뢰로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한 훌라후프와 줄넘기를 만들었어요.

피부를 건강하게 한 화장품 용기가 몸도 건강하게 만든다는 콘셉트였죠.

전자결제시스템으로 바뀐 한 공기관에서는 버려지는 결재판이 골칫거리였는데,

결재판을 녹여 만들 수 있는 전기절약형 USB 플러그를 고안했어요.

전자결재로 종이를 아끼고, 플러그로 전기도 아끼자는 의미를 담았죠.

전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해요.”


박미현 대표는 리싱크 솔루션의 핵심은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는 엄마의 잔소리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 업사이클링 제품은 버리는 사람과 재활용해 쓰는 사람이 다른데, 리싱크 솔루션은 버리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일치시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터치포굿의 모든 제품은 유해성 검사를 진행해요.

업사이클 제품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과 불안함 때문이죠.

공교롭게도 유해성 검사기관에서는 ‘절대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원재료가 유해성이 없으면 업사이클 제품도 유해성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요.

업사이클보다 리싱크가 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남이 버린 쓰레기보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더럽거나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거든요.”


터치포굿은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맞춘 에너지톡 환경교육과 청소년 환경동아리 지원 등 도시형 환경교육센터로의 입지도 탄탄히 다지고 있습니다. 교재와 교구부터 게임, 체험 키트까지 다음 세대와 미래 환경을 위한 박미현 대표의 진정성은 각별한데요. 


“어른들은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게 많지만

아이들과 청소년의 환경보호 실천율은 놀라울 정도예요.

터치포굿의 환경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인 그린씨드는

한 달에 한 번 환경동아리 대표를 모아 교육하는데요.

동아리 대표는 학교로 돌아가 동아리 친구들에게 전파하고,

동아리 친구들은 지역아동센터에 선생님으로 가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죠.

10명을 교육하면 100명의 아이들에게 전파되는 투자 대비 효과가 엄청난 프로그램인데

중고등학교 동아리에 대한 별다른 지원이 없어서 펀딩처를 찾고 있어요.”




 

_ 사회적기업의 멘토가 된 사회적기업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사회적기업이 많은 요즘, 국내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1호로 설립 12년 차를 맞은 터치포굿의 성장은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한 지 5년이 되던 해 SK-KAIST MBA 과정 1기로 입학해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요.


 

 

“교수님께서 이 과정은 ‘언어를 배우는 것’이란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영어를 배우면 영문자료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영의 언어를 배우고 눈을 틔워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땐 경영 서적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몰라 30% 정도만 얻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60% 정도는 얻어낼 수 있다고 할까요?

물론 해외 유명 사회적기업이나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사회적기업 사례들을 공부하며

우리와 비교하거나 주눅 들기도 했어요.

힘들었던 그 시기의 반성으로 사회적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고,

속도가 다를 뿐 모든 사회적 가치는 인정받는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주변 평가에 떠밀려 사회적 가치를 잃어버리거나 창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안타깝다고 전하는 박미현 대표. 그녀는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이들과 신생 사회적기업을 위해 때론 강연자로, 컨설턴트로, 멘토로 나섭니다. 터치포굿의 성장만큼이나 다른 사회적기업을 돕고 이끄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얼마 전 뜻을 모은 사회적기업가 두 명과 함께 건물을 매입했어요.

‘사회적기업도 건물 살 수 있다, 업사이클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서요.

이곳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기계 욕심이 많아 공업용 재단기나 다리미, 특수 재봉기 같은 기계들이 많은데

처음 시작하는 사회적기업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도록 업사이클링이라는 분야를 달려온 터치포굿의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박미현 대표에게 묻자 ‘큰 미래는 그리지 않는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터치포굿을 경영하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엄청 큰 미래를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큰 미래를 그리지 않았기에 실망도 하지 않았죠.

남들은 업사이클링 지겹지 않냐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소재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답니다.

쓰레기는 무궁무진하고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은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계획을 세워 ‘해야 할’ 일들을 실행합니다.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에겐 시기와 맞물린 큰 그림이나 계획은 없죠. 다만 ‘하고 싶은 일’이 담긴 큰 보따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보따리 속의 일들은 기회가 오면 바로 꺼내서 실행한다고 하는데요. 그녀의 주도적이고 멋진 ‘보따리론’을 듣자 하니, 계획에 대한 고정관념도 업사이클링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보따리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들어 있는 걸까요? 누군가에게는 두근거림을, 버려진 무언가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전하는 터치포굿의 다음 프로젝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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