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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히다, 소셜벤처 루미르 박제환 대표

STORY/Passion 피플

 

 

세상에는 아직도 빛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전기 없이 생활하는 인구가 무려 13억. 이들은 어둠이 찾아오면 초나 램프를 켜고 생활합니다. 루미르는 감각적인 디자인 조명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개도국의 빛 부족 문제에 도움을 주는 소셜벤처 기업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가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가는 루미르의 이야기를 박제환 대표에게서 들어봅니다.

 
 

 

_ 식용유로 램프를 켠다고요?

 
 

흔히 먹는 식용유가 램프를 켜는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인도네시아 어느 마을에서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일명 ‘식용유 램프’ 덕분에 마을의 밤은 좀 더 밝아졌습니다. 루미르가 전해준 작은 램프 ‘루미르K’ 덕분이었죠. 처음부터 식용유 램프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개도국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쳐 비로소 현지에 가장 적합한 램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등유로 램프를 켰어요.

그런데 도시에서는 잘 작동하던 램프가 마을에만 들어가면 자꾸만 깜박거리는 거예요.

알고 보니 등유가 마을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다른 성분이 섞이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을에 찾아갔는데,

사람들이 램프에 식용유를 넣어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는 물이나 쌀과 함께 7대 필수품에 속해요.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사은품으로 끼워 줄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고요.

그래서 식용유에 적합한 램프로 제품을 개선하기로 마음먹었죠.”


 

 

박제환 대표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열전소자를 활용해 외부전력 없이 식용유만으로 LED를 밝히는 루미르K를 개발했습니다. 식용유는 불이 잘 옮겨 붙지 않아 안전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조리 뒤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이용할 수 있어 연료비 또한 절약할 수 있죠.


루미르는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1년 이상 현장 검증을 하며 현지인들의 평가를 데이터로 만들었습니다. 현장 검증에 참여한 250가구 중 92%가 ‘제품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죠.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95%에 달했습니다. 루미르의 진심에 현지 식료품 업체의 투자도 받을 수 있었죠. 앞으로는 루미르를 현지 식용유 브랜드와 함께 판매할 계획입니다.

 

 

 

_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박제환 대표가 세상의 빛 부족 문제를 인지한 시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친구와 함께 떠난 인도여행에서였죠. 10박 11일간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정전을 경험합니다. 신흥국으로 부상한 인도에서 이토록 잦은 정전이라니, 굉장히 의아했죠. 이때만 해도 사업을 시작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램프를 만들자’는 호기심을 풀고 싶은 마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몇몇 공모전에서 수상실적을 쌓으면서 사업이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14년 12월, 박제환 대표는 본격적으로 루미르를 창업합니다.


 

 

처음에는 개도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초를 활용해 램프를 만들었습니다. 초에 불을 붙이면 빛을 밝히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10%에 불과합니다. 박제환 대표는 사라지는 90%의 열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해 LED를 켤 수 있는 램프를 만들었습니다. 촛불이 LED 불빛으로 바뀌면서 최대 60배 밝아지는 효과가 생기죠.


빛을 밝히는 등대를 형상화한 디자인은 빛이 필요한 어두운 곳을 밝히고 싶은 루미르의 처음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2016년 9월에 선보인 루미르C입니다. 하지만 제품을 개도국에 판매하자니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가격을 낮추면 루미르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죠.




“처음에는 선진국에 디자인 제품을 판매해서

그 수익으로 개도국에 적합한 제품을 따로 공급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5년에 버클리대학에서 열린 글로벌 소셜 벤처대회에 참석했는데,

한국 공모전에서 들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피드백을 받았어요.

'왜 개도국에서는 이윤이 안 남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고집하느냐'고요.

어쩌면 그들도 단순히 '저렴한 램프'가 아닌,

값이 나가더라도 더 밝게, 더 오래 쓸 수 있는 램프를

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 것이라고요."


이 조언 덕분에 루미르는 기업의 정체성을 다시금 고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지인의 진정한 필요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외부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성도 했죠. 물론 여전히 루미르K로 수익을 얻을 수는 없지만, 지금도 루미르는 현지에서의 필드테스트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루미르를 통해 빛 수혜를 입은 사람이 2,000여 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일부러 미리 연락하지 않고 불시에 마을에 가봤어요.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니 ‘지금보다 더 밝은 빛을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군요.”

 

 

 

_ 공감과 소통으로 열어가는 밝은 세상

 

 

루미르가 개도국을 대상으로 개발한 루미르K는 1년에 최대 160일 이상 비가 오는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에서 특히 쓰임새가 높습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USB 램프 루미르S 역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에 판매되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미르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2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램프 하나로 방 하나를 밝혔지만, 앞으로는 에너지원 하나를 활용해 여러 개의 방을 밝힐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디자인 조명기업으로서의 본업에도 충실합니다. 최근에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LED 전구 루미르B를 출시하고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섰습니다.


 

 

“기업이 가진 좋은 의도 덕분에 한두 번 제품이 팔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조명기업으로서의 역량과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부터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박제환 대표가 루미르를 창업한 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직원 수도 11명으로 훌쩍 늘어났습니다. 박제환 대표는 루미르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모든 직원에게 인도네시아 현지 방문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공감과 소통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죠.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다른 사회적기업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좋은 생각이 모여 이룰 더 큰 가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램프에서 시작한 기업이지만, 앞으로의 꿈은 작지 않습니다.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소셜벤처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조명 브랜드가 되겠다는 결심도 단단합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사회를 밝히는 아름다운 마음의 선순환을 이끌어가고 있는 루미르. 이들이 전하는 빛을 통해 세상이 더욱더 환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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