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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그 속에 숨은 이야기… 사회적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

STORY/Passion 피플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가 기부되는 ‘One for One’으로 유명한 탐스(TOMS)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가방 하나를 사면 우간다 아이들에게 물통을 담는 가방을 기부할 수 있는 ‘제리백’인데요. 제리백은 단순히 기부만 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우간다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워 현지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고객들과 함께 우간다로 떠나는 가치 여행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제품에 스토리를 담아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파는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_ 우간다 아이들의 자부심이 된 제리백

 
 

제리백 이야기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나라, 우간다에서 시작합니다. 핀란드 대학원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한 박중열 대표는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우간다행을 결심했습니다. 원래 가구 디자이너였던 그가 우간다에서 가방을 만들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요?

 

 

“처음엔 현지인을 위한 가구나 장난감을 디자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니까 그럴 상황이 아니더라고요.

현지에 봉제일을 하는 여성분들이 많아서

가방 정도의 제품이라면 함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때 눈에 띈 것이 매일 10Kg, 20Kg이 넘는 물통을 나르고 있는

우간다 아이들이었습니다.”


제리백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메고 다니는 노란색 물통인 제라캔에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박중열 대표는 무거운 제리캔을 손으로 들거나 머리에 이는 대신, 양 어깨에 멜 수 있는 백팩 형태의 제리백을 디자인했습니다. 제리백의 상징인 선명한 블루 컬러의 백팩은 가볍고 방수기능이 있는 폴리에스테르 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반사판을 부착해 어두운 도로에서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부를 위한 저렴한 가방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4만 원 대에 팔리는 아주 잘 만들어진 가방입니다.

우간다 현지 아이들에게는 명품으로 통하죠. (하하)

학교에 가보면 아이들이 상하거나 잃어버릴까 봐 가방을 메고 공부할 정도랍니다.”

 

 

 

제리백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우간다 현지의 특성이 담겼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의복으로 사용하는 천을 활용해 문화를 전달하거나, 아프리카를 떠올리는 물이나 땅과 같은 이미지를 패턴화한 가방들이 그렇죠. 초창기 제리캔을 반으로 절단해 만든 가방은 캐리어용 가방인 볼드(Bold)를 탄생시켰습니다.  


“제리백의 모든 디자인은 우간다 현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탄생합니다.

One+ 기부 가방은 100% 현지에서 13명의 우간다 직원들에 의해 직접 생산되고요.

단순히 우간다를 디자인 모티프로 활용하는 것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리백에 담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힘입니다.”


제리백의 진정성은 현지에서 머문 시간에서 나온 것일까요? 박중열 대표가 처음 우간다 땅을 밟은 지는 올해로 6년째, 머문 시간을 일수로 따지면 무려 3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제리백이 유명해지면서 매우 바빠졌지만 1년에도 몇 번씩 우간다를 오가는 상황을 만들자는 박중열 대표의 다짐은 여전합니다. 현장을 살리고 현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_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우간다에서 한국에 돌아온 박중열 대표는 SK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공동 설립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았는데요. 이를 통해 제리백의 정체성과 마인드셋(마음가짐)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말합니다.


 

 

“제리백의 비전을 명확하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제리백을 사고 사용하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터닝 포인트를 맞았죠.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불편을 개선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마인드셋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에요.”


초창기 가방을 메는 우간다 아이들과 현지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던 제리백 디자인은 이후 편리하고 튼튼한 가방, 디자인이 예쁜 가방으로 다채롭게 진화했습니다. 여기에 우간다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20~30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제리백의 인지도와 매출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착한 이미지를 앞에 걸면 제품보다 보이는 이미지에 신경 쓰기 쉽죠.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한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초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리백이 지향하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어떻게 보이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소비자는 새롭고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언뜻 심플해 보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기능을 담은 제리백 가방은 자꾸만 눈길이 가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제리백 구매를 통해 기부를 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소비경험을 SNS에 소개하고 자랑하며 또 다른 고객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One+ 기부로 판매되는 제리백의 모든 가방에는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태그가 부착돼 있어요.

앞으로 소비자가 태그에 있는 넘버링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우간다 어느 지역 아이들에게 기부됐는지

트래킹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에요.

저희를 믿고 소비하는 고객에게 신뢰를 더하고

우간다를 향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죠.”

 

 

 

_ 지역의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담다

 

 

박중열 대표는 사회적 이슈를 가진 제품을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글로벌 소셜 벤처’가 제리백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라고 말합니다. 벤처라고 하면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제리백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리백의 핵심 기술은

우리가 모르거나 지나쳤던 글로벌 지역의 사회적 이슈와 스토리를

브랜드를 통해 발견하게 하는 거예요.

새롭고 이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리백은 올해 초 ‘같이 가는 가치 여행’을 모토로 고객들과 함께 우간다로 떠나는 원정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원정대를 기획한 제리백도 원정대에 참여한 고객들도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대안학교 선생님,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연인,

해외봉사를 떠나고 싶었던 중년 여성, 사회적 기업가 등

각기 다른 꿈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로 1기가 꾸려졌어요.

우간다에서 직접 가방을 메고 물통을 나르기도 하고

현지 아이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기부 가방에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했죠.

올해 선보인 기부 가방은 원정대 1기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입니다.”


브랜드가 지닌 가장 큰 차별점에 대해 ‘현장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박중열 대표. 덕분에 소비자는 가방을 사고 매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리백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아마존닷컴에 입점한 제리백은 지난해 LA에서 3개월 동안 쇼룸 전시를 통해서 전 세계 유통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는데요. 박중열 대표가 그리는 제리백의 미래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One+ 기부 문화를 시작한 탐스가 좋은 의도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제리백은 탐스와 함께 이 분야에서 좋은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로

전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싶어요.

만화 속 제리가 지닌 작지만 영리한 이미지를 살려

온라인을 통한 신속하고 스마트한 판매 전략을 무기로 삼으려고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제리백은 알면 알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가치가 발견됩니다. 우간다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제리백의 미래를 힘차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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