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테슬라의 잇단 자율주행차 사고,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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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계 최대 전자쇼 'CES2016'에서 '도심 이동의 미래'라는 주제의 콘퍼런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앤서니 폭스 미국 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보쉬, 퀄컴 등 여러 기업의 CEO가 참석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죠. 참석자들은 "자율주행차는 2020년 이전에 기술적 개발은 완료될 것"으로 보면서도, 전면 운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고 시 책임 소재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년 뒤 상용화를 목전에 둔 현재, 우려하던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던 상용화에도 제동이 걸린 듯 보이는데요.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그 흐름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요?

 
 
  

각광받던 자율주행차 산업에 켜진 적신호

 

 

  • ▲ 우버의 자율주행자동차 (출처: UBER)

  • ▲ 테슬라의 자율주행자동차 (출처: TESLA)

 

 

지난 3월 우버의 자율주행차 보행자 사망사건에 이어 테슬라의 모델X가 자율주행 기능(오토파일럿)을 켠 상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겹치면서 자율주행차 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우버 사고가 발생한 미국 애리조나주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무기한 중단시켰고, 캘리포니아주는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시험주행을 하려면 사전 선행 시험을 통과하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만들던 엔비디아,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누노토미 등도 시험운행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잇따른 사고로 자율주행차 운행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진 탓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는 일이 현실화되면서 각국에서는 책임 소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운전의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에 중대한 문제입니다. 만약 각 국이 사고 책임을 차량 제조사에 묻기로 한다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막대한 책임 부담을 떠맡기를 꺼려해 상용화가 대폭 늦춰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벌써 자율주행차 사고 피해자의 변호사들이 제조물 책임이론에 근거해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가 만든 기준에 따라 0~5단계로 구분됩니다. '레벨 0'은 자동화 기능이 없으며 '레벨 1'은 특정 기능만 자동화된 단계입니다. '레벨 2'에서는 차량이 차선을 인지하고 앞차와 간격을 유지할 수 있고 '레벨 3'은 운전자 조작 없이 일정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레벨 4'는 운전자가 탑승은 하지만 제어하지 않아도 되며 '레벨 5'는 운전자가 타지 않아도 되는 완전자율주행 수준을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레벨 3' 이상에서는 운전자가 사람에서 AI로 점차 전환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도 역시 AI의 역할이 커지는 4단계부터 사고에 대해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고심 중인데요. 사고 시 책임 소재가 중점 논의 대상인 만큼, 현재 각국은 해당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율주행 사고, 세계 각국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까

 

 

선도적으로 법규를 개정한 나라는 독일입니다. 지난해 5월 법을 바꿔 자율주행차에 블랙박스 탑재를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이를 분석해 자율주행시스템 오류가 발견되면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수준과 상관없이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합니다. 이에 대해 "운전자가 사고 책임의 대부분을 지게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자동차 대국인 만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자율주행 관련 제도정비 개요(개정안 초안)'를 마련했습니다.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의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초안을 보면 '레벨3'까지의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운전자가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현재 일반 사고 원칙과 같습니다. 제조사는 시스템에 명백한 결함이 있을 때만 책임을 지고, 외부 해킹으로 인한 사고는 정부가 보상하는 구조입니다. 일본은 운전자가 운전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레벨 4' 이후에서는 사고 처리를 어떻게 할지 향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 로봇에 '전자인간'의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로봇시민법이 개정되면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제조사에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영국은 사고에 따라 제조사와 운전자의 과실 비율을 다르게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일단 '레벨 3' 단계까지는 일반 교통법규에 준해 사고 책임을 가립니다. 하지만 ‘레벨 4’부터는 규정이 모호합니다. 캘리포니아주는 '레벨 4'나 '레벨 5' 단계에선 책임을 제조사에 묻되, 운전자에게 별도의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6년 5월 발생한 테슬라 모델S의 교통사고에서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결론을 낸 바 있습니다. 당시 40대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를 켜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모델S의 카메라와 센서가 하얀색 트레일러를 하늘로 오인해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NHTSA는 "오토파일럿 모드를 작동할 때는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위급 상황에 대처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영화를 보고 있었다"며 "테슬라는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NHTSA는 그 해 구글의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AI가 향후 사람을 대신할 운전자가 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선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까지 운전자가 탑승하는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업업계에서는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을 적용하면 자율주행차 사고 시 책임이 차량 보유자에게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자배법은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써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와 통신, 화학,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차 시험주행도 미국에서 하다가 최근에야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 운행하고 있는데요. 자율주행 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빠른 공론화를 거쳐 관련 규정을 만들어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산업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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