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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기업의 아이콘 IBM과 GE의 엇갈린 미래

TECH/IT 트렌드


 

1800년대 후반 창립된 제너럴일렉트릭(GE)과 IBM은 100년 이상 미국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모두 압도적 기술력과 강력한 브랜드,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업가치와 미래는 최근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IBM은 부활하고 있지만, GE는 120여년만에 다우존스지수에서의 퇴출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빅블루’ IBM은 인공지능(AI) 왓슨으로 대변되듯 지난 5년간 커다란 변신을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GE는 에너지 등 기존 사업에 안주하고, 실패를 금융사업과 주가부양조치로 가려오다 부실이 드러나 해체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늘은 희비가 엇갈린 두 기업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급변하는 미래에 ‘전략’적으로 대응한 IBM

 

 

 

 

IBM은 수차례 변신을 해온 기업입니다. 2000년대 들어 주력 사업은 ‘메인프레임’이라고 불리는 기업용 서버를 포함한 컴퓨터 하드웨어 판매와 보수였는데요. 2012년 창사 101주년을 맞아 IBM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지니 로메티 CEO는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로메티 CEO는 고가 서버인 메인프레임 사업만을 놔두고 기존사업들을 대부분 처분했습니다. 2014년 중저가인 ‘x86’ 서버 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으며, 반도체 제조 사업(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은 글로벌파운드리에 웃돈까지 얹어주며 넘겼습니다. IBM이 개척한 PC 사업은 이미 몇 년 전 레노버에 매각한 터였지요.


대신 미래를 이끌 ‘전략사업’으로 선택한 게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블록체인 기술, 사물인터넷(IoT) 사업 등입니다. IBM은 데이터와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회사들을 잇따라 사들였고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사업 매각으로 매출은 계속 줄었고, 신사업의 성장은 더뎠습니다. 로메티를 지지한 투자자들도 인내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5.4%의 지분을 사들인 워런 버핏 마저 지난해 그 절반을 매각하고 대신 애플 주식을 더 샀습니다.

 

  • ▲ IBM 주가 (출처: YAHOO FINANCE)

  • ▲ IBM 분기별 실적

 

 

하지만 지난해 4분기 IBM은 오랜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25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겁니다. 변신을 시도한 2012년 1분기 이후 6년간 끊임없이 줄던 분기 매출이 23개 분기 만에 처음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죠.


4분기 실적을 보면 IBM이 ‘전략사업’이라고 부르며 키워온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사업 등은 어느새 전체 매출의 49%까지 올라왔습니다. 매출 225억달러 중 111억달러를 차지했습니다. 이들 사업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17%에 달합니다. 제임스 카바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전략사업’을 두 자릿수로 성장시켜 4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략사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AI 왓슨은 핵심으로 꼽힙니다. 왓슨을 개발한 인지솔루션사업의 4분기 매출은 2.5% 증가해 5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45개국, 29개 산업, 500여개 기업이 왓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에드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IBM은 AI 분야에서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으며, 왓슨을 통해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록체인 사업도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IBM은 지난해 월마트와 손잡고 전세계 식품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중이며, 세계 최대 해운회사 머스크와 합작사를 세워 물류망 개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한 GE, 미래가 불안하다

 

 

 

 

GE는 토마스 애디슨이 설립하고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등 전설적 경영자의 지휘 아래 전력과 헬스케어, 금융, 디지털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온 ‘미국 기업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누적된 과도한 투자와 경영 오판이 겹치며 해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몰락 원인으로는 항공기 엔진부터 비행기 랜딩기어, 플라스틱과 금융, 방송장비와 병원 인큐베이터까지 만드는 문어발식 경영이 지목됩니다. 로버트 살로몬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GE는 구시대 유물과 같은 회사"라며 “웰치 전 CEO에 대한 추앙 탓에 다른 기업들은 다 실패한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사업이 시너지를 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각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모여 그룹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겁니다.

 

  • ▲ GE 주가 (출처: YAHOO FINANCE)

  • ▲ GE 매출 및 순이익 (출처: S&P Capital IQ)

 

 

대표적인 게 금융사업입니다. GE는 잭웰치 전 CEO 시절 순이익이 1981년 16억5000만달러에서 2000년 127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서 나오는 이익은 점점 줄고 대신 금융사업 이익이 급증했습니다.


GE캐피탈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 세율이 낮은 국가의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제조 공장과 달리 GE캐피탈의 유동자산은 언제든 유동화해서 매매가 가능한 만큼 투자자들이 실적을 원할 때 이익을 높이는 데 쓰였습니다. GE캐피탈은 보험, 비행기 리스, 모기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사업으로 자랐고, GE의 시가총액은 1981년 140억달러에서 2000년 4000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부도 위기를 맞은 GE는 2008년 10월 150억달러를 긴급 증자했습니다. 그중 30억달러는 워렌 버핏의 벅셔해서웨이에서 조달했습니다. 연방정부의 1390억달러 대출 보중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후 GE캐피탈은 급격히 축소됩니다.


이멜트는 2004년 보험 사업을 분사했고, 2015년 4월 GE금융서비스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조조정은 제대로 된 게 아니었습니다. GE는 지난달 17일 앞으로 7년간 GE캐피탈의 보험사업 부채를 충당하는데 15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04년 GE에서 떨어져나간 보험사업부 젠워스파이낸셜에서 팔았던 상품에 대한 손실 때문입니다. 보험사업의 썩은 뿌리를 제때, 제대로 자르지 못한 겁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GE가 회계감사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핵심 사업인 전력사업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체 수익의 3분의 1을 차지해온 이 사업은 지난해 3분기 이익이 51%나 감소했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게 원인입니다. 


2016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3160억달러로 화석연료(1170억달러)의 세 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커졌지만, 이멜트 전 CEO는 임기 마지막 몇 년간 화력발전 투자를 늘렸습니다. 2015년 석탄발전 장비에 강점이 있는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사업부를 100억달러에 인수했고요. 2016년말 74억달러를 투입해 GE의 유전사업과 베이커휴즈의 사업을 합병했습니다.


매년 300개 이상의 대형 가스터빈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2010년부터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세계 가스터빈 주문량은 2013년 212개를 정점으로 지난해 122개까지 떨어졌습니다. GE의 대형 가스터빈 판매도 2009년 134개에서 2016년 104개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말 물러난 제프 본스테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이 변했는데 우리는 충분히 빠르게 변하지 못했다”고 시인했습니다.


GE도 뒤늦게 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어 2016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풍력터빈 제조업체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기술에선 트리나솔라 진코솔라 등 중국 업체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사업의 수익은 지난해 45% 가량 감소했습니다.


GE는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남은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2014~2016년까지 GE는 자사주매입에 490억달러를 썼습니다. 


작년 8월 이멜트의 후임으로 취임한 플래너리 CEO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를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 3대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철도, 조명사업 등을 매각했습니다. 전력사업에서만 1만2000명을 감원 중이며, 산업용 가스엔진 사업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공황 때인 1938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플래너리 CEO는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 혹은 분리 후 매각(spin-off)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짜고 있습니다. 그룹이 해체된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은 이런 구조조정에도 GE의 가치가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GE를 해체해도 그 안에 ‘황금거위’ 같은 알짜 사업은 없다는 겁니다.

 

 

미래는 계속 변하고, 최근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은 전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10년 뒤에는 어떤 세상이 올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면 그때는 달콤하지만 미래는 없다는 게 GE의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납니다. 또, 어렵고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고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IBM의 교훈이고요. 이러한 두 기업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에 대해 말해줍니다. 현재 반도체 분야는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슈퍼사이클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도 변화를 주도하고 혁신을 거듭하여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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