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 영화가 되다" 역대 동계올림픽 실화 바탕 영화 <미라클> <쿨러닝> <국가대표> <아이, 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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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0년 만에 맞이하는 안방 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역대 최다 국가, 최다 선수가 참가한다고 합니다. 전세계 곳곳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모이는 만큼 저마다의 사연도 가지각색일 텐데요. 우리는 땀과 열정으로 이뤄지는 스포츠 경기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합니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오랜 시간 달려온 그들 자체가 가슴 뭉클한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그래서 실제 영화로 제작된 역대 동계올림픽의 인상 깊었던 순간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 <미라클> 

 
 

▲ <미라클>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소련은 15년간 아이스하키 최강국으로 군림한 반면 미국은 최약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스하키 금메달이 절실했죠. 그리곤 자국에서 열리는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련을 누르기 위해 칼을 갑니다. 당시 감독을 맡은 허브 브룩스는 실력 위주 선발, 체력 위주 훈련으로 선수들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표팀은 대학생들로만 구성된 아마추어였으며, 앞서 치러진 소련과의 친선경기서도 3-0으로 완패해 우승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죠.


그러나 미국은 올림픽 무대서 아이스하키 강국들을 제치고 결승전에 진출, 극적으로 소련과 대적하게 됩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미국인들은 미라클(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했죠. 모두의 예상대로 열세를 보이던 미국, 그러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요? 경기시간 10분을 남기고 미국은 소련을 4-3으로 역전합니다. 승리를 단 몇 초 남긴 순간, 감격에 찬 해설위원의 중계가 관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경기장에 울려 퍼집니다.

 

 

“11초, 10초 남았습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앞으로 5초… 여러분은 기적을 믿습니까? 네!”

 

 

이날의 경기는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로 꼽히고 있으며,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미라클>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24년 후 이 이야기는 영화 <미라클>(2004)로 제작됐습니다. 게빈 오코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커트 러셀이 허브 브룩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당시의 감동을 그대로 옮긴 이 영화는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애국심을 고취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처럼 스토리라인은 진부할지라도,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아이스하키라는 소재는 꽤 매력적입니다. ‘논픽션’이라는 점도 큰 역할을 하고요.


이 영화를 보는 미국인들은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회상하는 우리의 마음이지 않을까요? 특히 영화 속 허브 브룩스는 4강 신화의 1등 공신, 거스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언더독의 통쾌한 승리, 실화에서 오는 감동, 박진감 넘치는 아이스하키 경기까지! 스포츠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닐까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쿨러닝>

 

 

▲ <쿨러닝>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빙상에 선 선수들에게 관중들의 시선이 쏠립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자메이카 출신 봅슬레이 대표팀! 눈이 오지 않는 열대지방 자메이카는 동계스포츠 불모지인데요. 이들은 이날 자국의 봅슬레이 종목 첫 출전을 알렸습니다. 게다가 4명 중 3명이 군인 출신이라는 이 팀은 누가 보아도 ‘오합지졸’ 그 자체였죠. 기후 특성상 훈련 과정도 순탄치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이들의 도전정신에 감명을 받은 관중들은 내심 이들의 건승을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썰매가 뒤집히는 사고를 겪습니다. 그리곤 최종순위 30위로 밀려나게 되죠.


비록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고, 지금까지도 역대 동계올림픽의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후 그들은 영웅이 되어 자메이카로 돌아갔고, 4년 후 그들은 또다시 올림픽에 출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여자 자메이카 대표팀이 출전하는데요. 팀의 지휘봉은 당시 대표팀의 파일럿이었던 더들리 스토크스가 잡았다고 합니다.

 

▲ <쿨러닝>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금메달은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금메달이 없어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얻는다 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5년 뒤 디즈니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쿨러닝>(1993)을 제작했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되, 좀더 극적인 드라마 연출을 위해 많은 부분을 각색했는데요. 육상선수 데리스 배녹은 선발전에서 동료의 실수로 탈락한 후 단짝친구 상카, 주니어, 율로와 봅슬레이에 도전합니다. 차를 팔아 출전경비를 마련하고, 구닥다리 썰매로 맹연습을 해 간신히 예선을 통과합니다. 이들은 예상 외로 선전하지만, 경기 막판에 메달을 눈 앞에 두고 썰매가 전복되고 말죠. 하지만 이들은 불운을 겪고도 당당히 썰매를 어깨에 짊어지고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이들이 보여준 올림픽 정신은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는 영화음악의 대가 한스짐머의 음악이 흘러나와 감동을 극대화합니다. 불가능에 맞선 자메이카 선수들의 뜨거운 도전기를 담은 <쿨러닝>은 아직까지도 매 해 동계올림픽마다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_ 1994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 <국가대표>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우리나라의 스키점프 1세대 이야기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우리에겐 낯설기만 했던 스키점프대에 한국 선수들이 최초로 서게 되는데요. 최흥철(37), 최서우(36), 김현기(35), 강칠구(34)가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993년 스키점프팀을 처음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전라북도의 지원 아래 빠르게 기량을 쌓으며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지원이 끊기게 됩니다. 이에 선수들은 자비로 훈련해야 했고, 찢어진 점프복을 기워 입어가며 악조건과 싸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국내 스키점프대는 단 하나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4명의 선수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전에서 8위를 기록합니다. 이는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10위권 진입이었습니다.


이후 이들은 각종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메달을 휩쓸며 스키점프의 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 같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스키점프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죠. 그러던 중 2009년,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국가대표>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를 치자 조금씩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대표팀 4명 중 최서우, 김현기 선수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대에 오릅니다. 벌써 6번째 올림픽입니다. 이로써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선수와 함께 한국선수 최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되었습니다. 스키점프 불모지인 한국에서 꾸준히 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 <국가대표>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대한민국에서, 하늘을 나는 사람은 유일하게 우리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절대 못 느껴본 그 짜릿함이 있어요.”

 

 

열악한 현실 속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도전에 성공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국가대표>(2009). 세계 최초로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스포츠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자연스레 비인기종목이었던 스키점프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죠. 아직도 ‘스키점프’ 하면 영화의 OST,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가 귓가를 맴도는 것처럼요. 하정우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촬영 3개월 전부터 실제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합숙 훈련을 하며 실화를 재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또, 이 영화를 보고 스키점프 국가대표를 꿈꾸게 된 소녀가 있었는데요. 바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내 최초 여자 스키점프 선수 박규림(19)이 그 주인공입니다. 스키점프 1세대 최서우와 김현기, 그리고 그 역사를 이을 박규림. 도전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이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또 어떠한 드라마를 써내려 갈지 기대가 됩니다.

 

 

 

1998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아이, 토냐>

 

 

▲ <아이토냐>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1998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미국의 두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반 위에서 맞붙습니다. 같은 나라 출신 임에도 불구하고 양 선수를 향한 미국인들의 시선에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은 한 달 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미국 여자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발생합니다. 미국 최초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며 차세대 피겨퀸으로 떠오른 토냐 하딩은 전 올림픽 챔피언 크리스티 야마구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이번 올림픽에 그녀가 사활을 거는 이유였죠. 하지만 그녀 앞에 낸시 캐리건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캐리건은 선발전 도중 괴한이 내리친 몽둥이로 무릎 부상을 입습니다. 그 배후엔 금메달에 눈이 먼 하딩이 있었죠. 미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 하딩과 캐리건.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캐리건은 은메달을, 하딩은 8위에 그치게 됩니다. 결국 폭행을 시인한 하딩은 연맹에서 영구제명 당하게 되고, 이 사건은 스포츠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됩니다. 하딩은 피겨계를 떠나 복싱선수로 데뷔하지만 이미 돌아선 대중의 마음은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 <아이토냐>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세상이 열광하고 버렸던 은반 위의 악녀”

 

 

<아이, 토냐>(2017)는 ‘희대의 악녀’로 각인된 하딩의 모습뿐 아니라,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립니다. 촉망 받던 피겨스케이팅 선수에서 최악의 스캔들로 몰락한 하딩, 이후 복서로 전향해 링 위에 오르지만 복귀가 쉽지 않았던 그녀,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녀의 불운한 유년시절까지 조명합니다.


<아이, 토냐>는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에 이어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특히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으로 활약했던 마고로비가 하딩 역을 맡아 “최고의 여성 캐릭터”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올림픽 영화가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반면, 블랙코미디와 치명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이번 영화는 사뭇 다른 느낌을 뿜어냅니다. <아이, 토냐>는 오는 3월 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건 메달이라는 결과물이 아닌, 선수들이 몸소 보여준 올림픽 정신이었습니다. 자국에 안겨진 금메달은 매우 소중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건 메달 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4년 동안 하나의 목표로 달려온 선수들이 결과와 상관 없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으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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