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공간, 건축 업사이클링

TREND/트렌드 Pick!



아무도 찾지 않았던 낡은 건축물이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는 걸 상상해봤나요? 최근 패션계에서 붐을 이뤘던 업사이클링이 건축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건축물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공간으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낡은 공간에 ‘보존과 창조’의 정신을 입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업사이클링 건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건축+업사이클링=?

 

▲ 업사이클링 회사 프레이탁

(출처: 프레이탁 홈페이지)

 

 

업사이클링(upcycling, upgrade + recycling)이란 버려진 물건에 또 다른 가치를 불어넣어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과 형태 변화를 통해 새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하죠. 


업사이클링은 환경오염 및 자원낭비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패션계에서 가능성을 먼저 확인했죠. 대표적인 사례가 버려진 트럭 방수 덮개로 만들어진 ‘메신저백’ 입니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은 200톤(t)의 방수덮개와 폐 자전거 고무 튜브 7만 5,000개, 차량용 안전벨트 2만 5,000개를 활용해 연간 약 30만 개의 가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을 통한 제작 배경과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개성이 살아 숨쉬는 디자인 등은 프라이탁이 전 세계 패셔니스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업사이클링 열풍은 패션에서 건축 업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건축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낡은 건축물에 기능과 디자인을 새롭게 입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요. 많은 이들에게 각광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환경 보호의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스케일이 큰 만큼, 폐기물의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새로운 건축물을 짓거나 낡은 건축물을 없앨 때 생기는 폐기물은 재활용이 힘들고, 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더욱더 큰 문제죠. 업사이클링 건축을 하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을 줍니다. 


경제적 이득도 있습니다. 자원 절약과 함께 철거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어, 건축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30~40%의 비용이 절감됩니다. 공사 기간도 단축됩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기에 선호할 수 밖에 없죠. 참고로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00억 원대를 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트렌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건축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을 넘어 장소가 가진 역사를 재해석하게 됩니다. 건축가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건축물이 가진 고유한 역사에 현 시대의 스타일을 접목시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며, 이는 업사이클링 건축만이 가진 매력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세계 업사이클링 건축 명소는?

 

 

하나.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영국 런던에 위치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산업의 급속한 쇠락에 의해 문을 닫았습니다. 몇 십 년간 버려졌던 이곳에 숨을 불어넣은 건 테이트(Tate) 예술 재단이었습니다. 1994년 테이트 예술 재단은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새로운 미술관으로 개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년 뒤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미술관의 설계를 시작했죠. 그로부터 5년 후인 2000년에 비로소 영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완성됐습니다. 


99m에 이르는 거대한 굴뚝, 세로로 긴 선을 만들어낸 창문, 검붉은 벽돌은 미술관의 상징이 됐습니다. 내부 또한 과거 발전소 탱크와 증기 터빈을 활용해 전시공간으로서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길이 약 152m, 높이 35m, 폭 22m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터빈 홀은 매년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수놓아집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아이슬란드 출신 설치미술 작가인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더 웨더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 (2003)가 있습니다. 전시 당시 미술관 내의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빛을 본 많은 관람객들은 이글거리는 붉은 덩어리에 압도당했는데요. 30여명의 과학자와 기술자, 건축가를 동원해 ‘인공태양’을 만들었던 것. 작가는 이 설치미술을 통해 각 분야의 탈경계, 예술과 사회의 소통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더불어 테이트 모던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졌습니다. 


산업혁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일어난 이 새로운 변화는 업사이클링 건축을 통해 버려진 공간도 예술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역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며 미술관이 엄숙하고 우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버렸죠. 전기를 생산하던 화력발전소는 이제 새로운 문화기지로 변신해 런던을 비롯한 세계 예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워터하우스 호텔


 

중국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건축물 중 하나인 상하이의 워터하우스 호텔은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인기 있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20세기 초 상하이를 점령한 일본군의 본부로 사용했던 건물이었습니다. 이후 공장으로 개조되어 사용하다가 문을 닫고 한동안 버려졌죠.


호텔로 변신한 이곳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세로무늬를 띠고 있는 기존 콘크리트 건축물을 그대로 살리고 그 위에 새롭게 철 구조물을 올려놓아 배 모양을 연상시키는데요.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호텔은 주변의 오래된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역동적인 매력을 선보입니다. 


호텔의 내부는 외관의 느낌을 이어받아 얼룩으로 뒤덮인 낡은 콘크리트 벽과 현대적인 감각의 조명 등을 설치해 타 호텔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투숙하며 자연스럽게 상하이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죠.



독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1980년대 독일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티센 제철소는 유럽 최대 규모의 철강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제철소는 결국 문을 닫게 되었고, 강변에 방치되었던 제철소는 부패로 인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논의를 이어갔고, 친환경 공원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뒤스부르크 환경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은 낡은 고철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한 곳입니다. 업사이클링 건축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 받은 이 공원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장 설비물들은 암벽등반 연습장으로,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으로, 굴뚝은 전망대로 바뀌었습니다. 철제 파이프를 이용해 미끄럼틀이 만들어지고 창고는 컨벤션 센터가 되는 등 버려진 고철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꽃을 피웠죠.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다양한 스포츠, 공연, 전시, 놀이 등 다양한 여가활동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연간 50만 명 이상이 몰리는 인기 테마파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뒤스브루크는 아무도 찾지 않았던 죽은 도시가 아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셈이죠. 지금도 계속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조금씩 공원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니 귀추가 주목되네요. 

 

 


 

서울의 신문화를 이끄는 업사이클링 건축 명소는?

 
 

하나. SeMA 창고


  • ▲ SEMA창고 입구

  • ▲ SEMA창고 내부 전시공간

  • ▲ SEMA창고 내부 전시공간

     

SeMA(Seoul Museum of Art) 창고는 서울혁신파크 안에 자리 잡은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입니다. 불광역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는 원래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곳이었죠. 그러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넓은 부지 내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는 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업사이클링 타운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질병관리본부 시절 시약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새로운 전시 공간인 ‘SEMA 창고’로 이름 붙였습니다. 

 

SeMA 창고는 화이트 큐브 중심의 기존 미술관과 달리 외관만 보더라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주요 전시 또한 공간의 특성을 살린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죠. 최근 여성과 그래픽 디자인을 주제로 한 <W쇼>도 약품을 보관하던 목조 보관함과 작업을 보여주는 특별한 캔버스, 천정의 목조 트러스 사이로 내려오는 은은한 빛과 소리 등 SeMA 창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전시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공간 특유의 나무 냄새, 부서진 낡은 벽돌은 현대적 디자인의 작품과 대비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절차에 따라 기획안을 제출할 경우 심의를 통해 대관 허락이 가능한데요. 이를 통해 신진 미술가들을 발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엘카페 커피로스터스 


  • ▲ 엘카페 선유도점 외부

  • ▲ 엘카페 선유도점 외부

  • ▲ 엘카페 선유도점 내부

  • ▲ 엘카페 선유도점 내부

  

9호선 선유도역 근처인 양평동 위치한 ‘엘카페 커피로스터스’(이하 ‘엘카페’)는 원래 금속 가공업체 공장 건물이었습니다. 카페 주변에는 이곳의 역사를 증명하듯 공장 건물이 아직도 남아있죠. 업사이클링 건물로 탈바꿈한 엘카페는 파란 슬레이트 지붕이 주는 투박한 느낌의 외관을 그대로 살려 기존 카페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동네가 갖고 있는 정취가 그대로 남기 바라는 이곳의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의 엘 카페는 독특한 느낌의 나무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깔끔한 실내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된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오픈 바와 다양한 디자인의 테이블이 연출하는 모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여기에 금속을 가공하던 여러 부품과 철제자재를 그대로 남겨두어 폐 공장만의 빈티지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엘카페에서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 문화비축기지


  • ▲ 문화비축기지 외부

  • ▲ 문화비축기지 전시관 내부

  • ▲ 문화비축기지의 내부 커뮤니티 시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본래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석유 기지였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로 이곳에 주 경기장인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만들어지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석유기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7년 석유가 아닌 문화를 담은 복합 공간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 했습니다.  


축구장 22개 넓이의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문화비축기지는 6개의 탱크가 있습니다. 이 탱크들은 원형 보존과 함께 현대적 감각을 발휘한 재해석으로 꾸며져, 탱크 속을 걷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각각의 탱크는 전시실, 공연장, 강연실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중 가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탱크인 T6는 방문객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해 1층은 카페로, 다른 층은 여러 가지 전시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해설사 투어 진행(단체관람인 경우)도 가능하니 과거 석유비축기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참고 바랍니다.


 

업사이클링 건축은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충족을 주고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너무 웅크려 있지 말고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업사이클링 건축물을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정목 영하이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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