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두지 마라”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서영준 선수를 만나다

STORY/Passion 피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무대를 앞두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강인한 ‘정신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강한 정신력’ 하나로 꿈을 향해 돌진 중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스하키 최연소 국가대표 서영준 선수인데요. 자타공인 ‘멘탈갑’ 서영준 선수가 자신을 콘트롤하는 법을 영하이라이터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CHAPTER 1. 오로지 아이스하키만 바라보다 





현직 하키선수인 사촌 형을 따라 7살 때 처음으로 하키 스틱을 잡았다는 서영준 선수. 2014년에 전국대학선수권에서 포인트상 수상, 이어지는 코리아리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2015년에는 최연소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는데요. 다시 태어나도 아이스하키를 할 거라는 그에게 아이스하키는 전부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SK하이닉스 하이라이터 독자에게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이자,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주장을 맡고 있는 서영준이라고 합니다.  



Q. 만 20세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선택 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감독, 코치께서 제 색깔이 묻어나는 플레이를 긍정적으로 봐주셨습니다. U-20 대한민국 대표팀에 있을 때, NHL(National Hockey League,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출신인 리차트 팍, 짐 팩 코치께서 새로 부임했는데요. 이때, 중고등학교 시절 캐나다에서 유학하면서 쌓은 영어 실력을 발휘해 팀이 원활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기여했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께서 요구하는 전술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죠. 덕분에 신임을 받아서 다음 대표팀 선발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Q. 본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플레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서영준 선수만의 색깔은 무엇인가요?

 

공격수로 있었던 경험 때문인지 수비수인데도 포인트를 많이 올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공격형 수비수’라고 부르죠. 팀이 고전할 때는 공격수와 함께 득점합니다.




Q. 국내에서는 보통 수비수보다 공격수가 주목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매력 때문에 수비수를 선호하시나요?


수비수 매력은 ‘최전방’을 지킨다는 점입니다. 공격수는 실수를 해도 뒤에서 받쳐주는 수비수가 있지만 수비수는 실수하면 바로 끝입니다. 남을 서포트하고, 자신을 서포트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이죠. 그만큼 수비수의 책임이 큰데요. 앞으로 제가 수비수를 지망하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CHAPTER 2. 숱한 어려움이 '멘탈갑'을 만들다





많은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서영준 선수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하키를 하다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의 환경 변화,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 또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주장으로서 가지는 책임감 등 그가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에 관해 질문해봤습니다.


 

Q.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부상을 많이 당하면 그 충격이 내면적인 부분까지 이어집니다. 벌써 왼쪽 어깨는 4번 탈골 됐고, 오른쪽 어깨도 탈골 됐습니다. 앞니도 부러지고 뇌진탕도 당했었죠. 부상을 당하게 되면 시합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패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혼자 재활하는 시간은 외롭고 지루해 유독 많은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스하키를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시간들을 견딜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 국내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열정이 없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Q. 링크장에서 실수한 적도 있었나요?

 

대표팀에서 2년 차로 활동했을 때 폴란드와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2:0으로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첫 공식 국제 대회이다 보니까 많이 긴장했는지 수비존에서 제가 실수했습니다. 골대 앞에서 상대 팀이 턴 오버를 하게 해 상대방 팀이 골인하는데 일조했습니다. 다행히 경기는 이겼지만, 자책감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을 향한 믿음과 꾸준한 연습 밖에는 이를 떨쳐 낼 수 없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Q.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었는데, 어린 나이 때문에 힘들었던 점이 있으셨나요?


함께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모두 제가 하키 꿈나무 시절부터 늘 보고 동경해오던 선수들이다 보니 함께 경기를 하다 보면 제 스스로가 작아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런 형들이랑 같이 하다니!’ 이런 생각이 들죠. (웃음) 그 생각에 빠져 있기만 하기보다는 곧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해 성취감을 느끼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습니다.  



Q.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주장으로서 느끼는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 속 선수들의 성향이 링크장 안에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도 선수에게 관심을 많이 둡니다. 정작 제 플레이에는 신경을 못 쓸 때도 있지만, 저를 부각시키는 플레이는 지양하고, 선수들을 서포트하는 편입니다. 이런 식으로 리더의 역할이 하키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고려대 아이스하키 팀에 감독이 안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감독 권한 대행까지 하고 있는데요. 평소보다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기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Q. 힘든 순간들을 어떤 마음으로 극복하시나요?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어도 링크장에 다시 들어가면 그 고통이 잊혀질 만큼 저는 아이스하키가 좋습니다. 힘든 일을 많이 겪다 보니 내공이 많이 쌓여서 웬만한 어려움에는 흔들리지 않는 성격이 됐습니다. 슬럼프가 오거나 고비가 찾아와도 나중에 언젠가는 그 경험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렇게 부상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군 면제를 받은 거잖아요. 2년을 번 셈이죠. (웃음) 



   

CHAPTER 3. 매 순간 온 힘 다할 때, 자존감이 올라갔다





서영준 선수의 화려한 약력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슈퍼 루키’라고 불지만, 그의 하키 인생 역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영준 선수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스스로를 더 강하게 몰아붙이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제 서영준 선수를 ‘슈퍼 루키’에 이어 ‘멘탈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운동선수에게 강인한 멘탈은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강한 멘탈을 위해서는 자존감이 바탕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서영준 선수는 자존감이 높은 편이신가요?

 

자존감은 높은 편인 것 같지만, 자칫하면 자존감은 자만심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Q.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온 힘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럴 때,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운동하면서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도 많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이 배로 많았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온 힘을 다했기 때문에 자신을 싫어할 필요가 없었죠. 


 

Q. 흔히 운동하면서 극한의 순간을 경험한다고들 말합니다.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스스로 한계라고 정하면 한계가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를 설정하지 않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죠. 이를 습관화하면, 관성이 생겨서 또 다른 어려움이 와도 다시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Q.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멋있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성실함과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를 놓치지 않는 점입니다. 현재 대학원을 준비하는 중인데요.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은퇴 이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지만, 공부를 병행한 선수는 아이스하키 실업팀인 한라에 남아서 여전히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이 계속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자극제가 됐습니다.  



 

Q. 앞서 성실함이 강점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재활 훈련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점입니다. 탈골 방지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어깨가 탈골 됩니다. 그래서 매일 재활 훈련을 해야 하는데요. 운동을 하면 쉽게 몸 이 바뀌지만, 재활 훈련은 아무리 오래해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서 지속하기 쉽지 않습니다. 성실함 없이는 이를 매일 하기 어렵죠.


Q. 늘 마음에 새겨두는 좌우명이 있을까요?


실수를 두려워하는 게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키 경기를 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모든 기량을 보여줘야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실전에서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역량이 나올 수 밖에 없죠. 용단한 것은 스스로 책임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표어인 ‘변명은 없다(No excuse)’도 제 좌우명으로 실수하거나, 잘못했다면 핑계거리를 찾지 않고 모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를 통해 발전하려고 노력합니다.

 

 

 

CHAPTER 4. 올림픽,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서영준 선수는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활약할 예정입니다. ‘세계인의 잔치’라고 불리는 올림픽을 위해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도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이루고 싶은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Q.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올림픽에서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난 4년간 올림픽을 위해 정말 많이 준비했습니다. 부상도 많이 입었고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모두 값진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피땀 흘리면서 노력해온 만큼 올림픽 무대에서 그 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다 보여주고 싶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 동안 해온 만큼만 실력 발휘하고 오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Q. 올림픽 이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2018년 5월에 세계선수권대회가 하나 남아있습니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작년에 팀이 1부 리그로 승격시켜놓은 대회인데, 올림픽만큼 중요한 대회입니다. 예를 들어 NHL이 동계올림픽에는 나오지 않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나옵니다. 그만큼 수준이 높은 대회라고 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평소에는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잘 하는 편인데, 인터뷰 질문 수준이 높아서 말을 잘 했나 모르겠습니다. (웃음) 제 아이스하키 인생에 관해서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 위치와 내면을 돌아보기도 했는데요. 제 인터뷰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영준 선수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을 정도로 사랑했는데요. 인터뷰 때, 느꼈던 건강한 멘탈과 굳건한 자기 믿음은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죠. 인생이라는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20대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목표지점까지 순항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다현 영하이라이터 10기   10기C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공유하기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1 ··· 3 4 5 6 7 8 9 10 11 ··· 232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