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찬란한 역사가 깃든 신비의 도시, 태국 수코타이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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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고 처음 떠났던 곳은 11월의 태국입니다. 추운 겨울이 바짝 다가온 이곳에서는 몸도 마음도 시릴 것 같아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었죠. 이때쯤 태국은 ‘빛의 축제’로 불리는 전통축제 ‘러이끄라통’으로 시끌벅적한데요. 그중에서도 수코타이는 러이끄라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지역입니다. 또, 무엇보다 태국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죠.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덜 닿는 곳,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신비의 도시 ‘수코타이’로 떠나보겠습니다.



  

‘행복의 새벽’ 수코타이로 떠나다 

  

 

 ▲ 씨 싸차날라이 역사공원



게스트하우스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 제게 친구들은 러이끄라통 축제를 한번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추천했습니다. 이 축제의 메인은 ‘소원 빌기’라는 말에, 퇴사를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저는 알게 모르게 마음이 이끌렸나 봅니다. 그래서 바로 축제의 장이 펼쳐질 수코타이로 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코타이는 수도 방콕에서 4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방콕 북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대략 6~7시간 정도 걸립니다. 꽤 긴 이동시간이었지만, 태국 역사에 대해 설명해준 가이드 분 덕에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곧 도착하게 될 수코타이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커졌습니다.

 

‘행복의 새벽’이라는 뜻을 지닌 수코타이는 최초의 타이족 왕국입니다. 수코타이가 건립될 당시 이곳은 앙코르와트를 건립한 크메르족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238년 독립을 이뤄 타이 왕국이 탄생하는데요. 이후 수코타이는 아유타야에 병합되기 전까지 100여 년 넘게 번영을 누리며 강성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수코타이는 3대 왕 람캄행(Ram Khamhaeng, 재위 1279~1298) 대왕 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영토 확장은 물론, 타이문자가 창제된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불교문화를 적극 수용해 지금의 태국의 정체성을 확립한 때이기도 합니다.

 

종교, 예술, 사회적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창립한 수코타이. 오늘날 이 도시는 당시의 찬란했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유적지가 되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렇듯 수코타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 저는 수코타이의 유구한 역사를 품은 씨 싸차날라이 역사공원으로 먼저 향했습니다.

 

 

 

수코타이 여행의 시작, 씨 싸차날라이 역사공원 

 

 

▲ 왓 창롬



씨 싸차날라이(Si Satchanalai) 역사공원은 수코타이 주 씨 싸차날라이 군에 위치해 있으며, 수코타이로부터 북쪽으로 약 57km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코타이 왕조 시대에 건축된 성벽과 해자, 사원 유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곳의 메인이라고 불리는 수코타이 ‘왓 창롬’(Wat Chang Lom)은 13세기 말, 람캉행 왕의 재임기에 지어진 사원입니다. 이곳에는 스리랑카에서 들여온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돼 있습니다. 스리랑카 양식의 거대한 종 모양의 체디(chedi)가 중앙에 자리하며, 기단에 총 39개의 코끼리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코끼리상으로 둘러싸인 체디탑의 기단부는 상당히 높은데요. 불당 터에 남아 있는 기둥 높이는 대단히 큰 규모의 불전이 있을 거라 추정이 되지만, 이제는 역사의 한 켠으로 사라진 느낌이 듭니다.

 

▲ 왓 체디 쳇 태오



왓 창롬 근방에서 ‘왓 체디 쳇 태오’(Wat Chedi Chet Thaeo)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340~1350년 경에 건축된 이 사원은 서로 다른 스타일과 높이로 제작된 32개의 스투파(stup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시 지역을 통치하였던 지배자들의 장례가 이루어졌던 곳으로 추정되는데요. 중앙의 스투파는 직사각형 기단에 상반부는 연꽃 모양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란나, 크메르, 바간 왕조 등의 건축 양식으로 건축된 다양한 양식의 스투파가 있습니다.


이곳을 쭉 둘러보니 건축 양식이 흡사 캄보디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가이드 분은 동남아권 문화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대 도시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역사공원을 걸으며 마치 거대한 야외 박물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러이끄라통 축제의 장, 수코타이 역사공원 



▲ 수코타이 역사공원

 

 

씨 싸차날라이 역사공원에 이어 수코타이 역사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곳에서는 화려했던 수코타이 왕국의 역사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마치 타임슬립을 해 800년 전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레 그 시대의 강성했던 수코타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 왓 마하탓



수코타이 역사공원은 70평방km에 193개의 역사유적군이 펼쳐져 있습니다. 공원이 매우 넓은 만큼 입장하기 전 입구에서 꼭 여행객을 위한 관광안내 책자를 챙기시기를 추천합니다.


역사공원에 들어서니 수코타이에서 가장 큰 사원이라는 ‘왓 마하탓(Wat Mahathat)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커다란 돌기둥들 사이에서 거대한 불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이 모습, 800여 년이란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엄숙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보수를 전혀 하지 않은 듯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보였는데요. 아마 저 불상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수코타이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보았겠죠? 우리는 흔히 태국을 ‘미소의 나라’로 부르곤 하는데, 태국인들은 아마 이곳 불상들의 은은한 미소를 닮아갔나 봅니다.

 

▲ 수코타이 역사공원



역사공원 내에는 왕궁의 유적지, 불교사원 등이 산재해 있는데, 이 외에도 곳곳에 푸른 잔디밭과 연못이 조성돼 있어 아무런 생각 없이 거닐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호수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사원 왓 사 시(Wat Sa Si)와, 물에 비친 체디의 모습은 동양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며 절경을 이룹니다.

 

 러이끄라통 축제를 앞두고 역사공원에서 만난 태국인들

 

 

본격적인 러이끄라통 축제가 열릴 수코타이 역사공원에는 저녁쯤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금세 북적였습니다. 인자한 미소의 스님들, 축제에 한껏 들뜬 모습의 소녀들, 전통복장을 입고 멋을 낸 여성들까지! 행복해하는 표정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카메라에 그들을 담아봅니다.




러이끄라통에 띄워 보낸 소원 하나



▲ 밤이 되자 빛으로 수놓아진 수코타이 역사공원



4월 태국은 물의 축제로 시끌벅적하다면, 11월은 러이끄라통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러이끄라통은 때 국력 12월 보름에 진행되는 축제로, 사람들은 바나나 잎으로 만든 조그만 연꽃 모양 배에 불을 밝힌 초와 꽃, 동전 등을 실어 물에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빕니다. 사람들은 촛불이 꺼지지 않고 배가 멀리 떠내려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러이끄라통은 지역마다 축제의 형태가 다른데요. 치앙마이에서는 등불 풍선을 만들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수코타이에서는 전등 행렬, 미인 선발 대회, 끄라통 띄우기, 전시회, 불꽃놀이, 민속춤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 러이끄라통 축제의 막을 여는 뮤지컬 공연



러이끄라통 축제는 태국과 수코타이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뮤지컬로 막이 올랐습니다. 한 시간 남짓의 이 뮤지컬은 외국인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뮤지컬이 끝나고, 소원을 빌기 위해 역사공원 중심에 있는 강가로 향했습니다.


▲ 간절한 마음으로 끄라통에 소원을 실어 띄우는 사람들

 
 

강가로 가니 사람들은 하나둘 자신들만의 소원을 담아 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물가 근처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사람들을 따라 20바트에 끄라통 하나를 구매해 소원을 적어봅니다. ‘정신승리. 후회하지 말자’. 퇴사 직후 쓰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강가에 띄워서 멀리, 최대한 멀리 떠내려가기를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수코타이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러이끄라통 축제로 유명하지만, 축제가 열리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임이 분명합니다. 방콕의 화려함과 파타야의 푸른 바다도 좋지만, 태국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수코타이로 떠나보세요. 800년 세월이 깃든 불상의 은은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태국의 역사 한가운데 와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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