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을 넘어서다! AI 향기 맡고 떠오르는 GDDR6

TECH/반도체 Insight



시간이 흐를수록 끊임 없이 발전하는 3D 그래픽카드! 그래픽카드는 메모리의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고해상도의 그래픽을 구현하는데요.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세계 최고 속도의 차세대 그래픽 D램 ‘GDDR6’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미래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 더욱더 기대가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GDDR6에 이르기까지 3D 그래픽카드 메모리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 속 GDDR6의 역할과 전망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3D 그래픽카드 메모리의 20년 역사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개인용 PC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그래픽카드는 3D에 대한 요구가 강했는데, 이는 콘솔 게임기의 영향이 지극히 컸습니다. 오락실에서만 맛볼 수 있던 3D 그래픽을 가정에서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었죠.


당시만 하더라도 PC에서 3D 그래픽은 전문가를 위한 콘텐츠에 불과했습니다. 486 중앙처리장치(CPU) 시대에 엔비디아의 첫 번째 그래픽 칩(당시는 GPU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NV1’을 이용한 3D 그래픽 가속기가 선보인 적이 있으나 본격적인 전성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습니다.


이즈음에 PC는 3D 그래픽 지원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그에 걸맞은 버스와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했죠. 그래서 나온 것이 AGP(Accelerated Graphics Port)입니다. AGP는 기존의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보다 VGA(Video Graphics Array)에 더 알맞게 설계되었는데요. CPU와 직접 연결이 가능했으며, 텍스처(Texture·3D 그래픽에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이미지)가 필요할 때 GART(Graphics Address Remapping Table)를 통해 주메모리에서 곧바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AGP의 등장으로 인해 3D 그래픽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VGA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발맞춰 그래픽 메모리도 D램이 아닌 SG램이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시간에 SG(Synchronous Graphics)램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간단하게 말해 SD(Synchronous RAM)의 그래픽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SG램이 처음에 D램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메모리로 설계됐었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V램(Video RAM)이나 W램(Window Ram)보다 싸면서 GPU에 더 최적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이를 위해 클록을 D램보다 빠르게 작동하도록 했는데요. 지금은 D램과 마찬가지로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DDR)’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클록 하나에 두 번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현재 GPU에 쓰이는 그래픽 메모리는 모두 DDR SG램의 후손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GDDR로 부르고 있죠. GDDR는 클록·전력소비량·데이터 처리 능력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GDDR2→ GDDR3→ GDDR4→ GDDR5(X)→ GDDR6’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GDDR는 데이터를 읽고 쓰는 통로인 ‘스트로브(Strobe)’의 숫자가 D램보다 많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트로브 자체를 분리하기까지 했습니다.

  

 

 

D램에서 분리된 V램, 그래픽 메모리의 첫 등장



GDDR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V램부터 살짝 엿봐야 합니다. 반도체 역사에 흔히 나오는 기업인 IBM이 여기서도 언급됩니다. 지난 1980년 처음 개발된 V램은 ‘듀얼포트’를 가지고 있어 데이터를 동시에 읽거나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D램은 싱글포트여서 한 번에 데이터 읽기‧쓰기가 안됐습니다. 듀얼포트 가운데 하나는 SAM(Sequential Access Memory)으로 불리며 순차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순차접근은 말 그대로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불러온다는 의미인데요. 이는 PC가 화면을 나타낼 때 순차적으로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을 활용한 것입니다. 모니터나 윈도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주사율’이라는 말을 접할 수 있는데, 주사율은 헤르츠(Hz) 단위로 나타냅니다. 예컨대 60Hz이면 초당 60번 화면이 깜빡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 번 화면이 깜빡일 때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화면을 그리는데, 이것이 바로 순차주사(Progressive Scanning)와 비월주사(Interlaced Scanning)입니다. 쉽게 말해 V램은 순차주사에 필요한 별도의 데이터 통로를 마련해 더 빠른 그래픽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 메인보드. 콘솔 게임기는 그래픽 메모리를 내장해 용량은 작지만 극단적으로 대역폭을 끌어올렸다.

(출처: 소니)



그런데 SG램은 듀얼포트가 아닌 싱글포트입니다. 그래픽 작업에 있어 그래픽 메모리의 역할은 CPU와 GPU가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를 담아두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메모리의 역할과 마찬가지죠. 다른 것이 있다면 속도인데요. 특히 3D 그래픽은 메모리의 용량보다는 속도, 특히 대역폭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콘솔게임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만든 콘솔게임기는 예외 없이 GPU와 그래픽 메모리를 하나로 묶어 넓은 대역폭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주메모리가 용량이 중요하다면 비디오 메모리는 속도가 더 우선시됩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용량까지 많으면 더없이 좋겠죠?




GDDR,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다



▲ SK하이닉스는 AMD와 함께 세계 최초로 HBM을 상용화한 바 있다.

(출처: AMD)

 

 

다시 GDDR로 돌아와서, 그래픽 메모리는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면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가 등장함에 따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다수의 D램을 적층해 대역폭을 최대한 끌어올린 HBM은 AMD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죠. HBM2까지 시장에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채용한 그래픽카드는 일반 사용자가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이런 틈새를 공략해서 마이크론은 GDDR5X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HBM 대신 GDDR5X를 선보인 이유는 그만큼 미세공정 전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장 HBM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생산이 가능하죠. 최대 메모리 대역폭에 있어서도 HBM2는 1TB/sec에 달하지만 GDDR5X의 경우 768GB/sec에 그칩니다. 물론 이 정도도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죠. GDDR5는 최대 메모리 대역폭이 336GB/sec에 불과합니다.


▲ GDDR6는 QDR를 통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GDDR6는 어떨까요? GDDR6는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JEDEC)에서 표준이 확정됐는데요.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전력소비량은 더 낮추는데 있죠. 다만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하다 보면 신호와 신호가 간섭을 일으키는 ‘크로스토크(crosstalk)’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호선 사이에 그라운드(접지·GND)와 함께 특별한 신호를 넣었죠. 데이터가 오염되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고 보면 됩니다.


GDDR6의 놀라운 점은 더 있습니다. 바로 고도화된 ‘DDR’입니다. DDR이 클록 한 번에 두 번의 데이터를 내보낸다고 했는데요. GDDR6는 시스템 클록(CK)과 이를 두 배로 높인 데이터 클록(WCK)을 모두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클록을 4배로 높여줍니다. ‘쿼드 데이터 레이트(Quad Data Rate·QDR)’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죠. 참고로 QDR는 그래픽 메모리에서 GDDR5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하면 GDDR5와 GDDR6의 CK가 1.75Gbps라고 했을 때, GDDR5는 최종 데이터(DQ) 속도가 7Gbps에 그칩니다. 이와 달리 GDDR6의 경우 14Gbps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GDDR6, AI · VR 시대의 대중화를 이끌다



▲ 올해 4월 발표된 SK하이닉스의 GDDR6 그래픽 메모리

(출처: SK하이닉스)

 

 

GDDR6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있어 가장 대중적인 메모리가 될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HBM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양대 GPU 업체인 AMD와 엔비디아가 최신 제품에 GDDR6 채용을 적극적으로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GPU가 AI에 있어 제법 효율적인 반도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데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됐다는 점에서 CPU보다 한결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AI에 가장 열의를 보이는 엔비디아만 하더라도 오래전부터 GPU를 통해 슈퍼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차에까지 적용하는 등 쓰임새 확대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는 CPU와 GPU의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GPU는 병렬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어 수많은 코어를 칩 안에 집적시켰으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만 빨리 처리할 수 있으면 곤란하겠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그래픽 메모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20나노급 8Gb GDDR6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그래픽 메모리에 있어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발 빠르게 시장에 대처했다고 봅니다. AI뿐 아니라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울트라HD(UHD) 이상의 고화질 디스플레이 지원 등에 필수적인 메모리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밝습니다.

 



그동안 그래픽 메모리는 주메모리와 비교해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랐습니다. 과거를 되짚어보니 3D 그래픽과 함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메모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용량도 주메모리보다 한참 작았지만 지금은 거의 엇비슷한 수준(4~8GB)까지 올라왔죠. AI와 VR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그래픽 메모리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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