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애플이 제시하는 스마트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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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2017년 가을 이벤트는 여전히 화려했습니다. 특히 아이폰은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아이폰X’가 발표되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X에 대해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는 아이폰’이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폰은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또한,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그 고민들이 아이폰X에서 출발합니다.



 

애플은 왜 프로세서를 직접 만드나

 

 

▲ 아이폰X (출처: Apple)

 
 

아이폰8과 아이폰X의 핵심은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에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4를 내놓으면서 직접 A시리즈 프로세서를 발표했고, 매년 숫자를 하나씩 끌어 올라며 새로운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그게 벌써 A11에 이르게 되었죠.


A프로세서의 설계는 조금 독특합니다. 작동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거나 코어의 수를 늘리는 데에도 인색합니다. ‘램크루지(메모리+스크루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메모리도 아껴 쓰는 편이죠. 실제로 A프로세서와 iOS가 만들어내는 성능은 아이폰을 항상 그 해에 가장 빠른 스마트폰에 이름을 올리게 합니다.


애플은 무엇보다도 프로세서 설계에 iOS와 새 하드웨어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무게를 싣습니다. 지문인식 잠금해제 기능인 ‘터치ID’는 프로세서 안에 별도의 보안 공간을 만들어 누구도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한, iOS9의 ‘메탈’은 게임 엔진이 프로세서 속 그래픽 코어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능이나 경험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애플이 위탁 생산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직접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8, 아이폰X와 함께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내놓았습니다. A11 뒤에 붙은 ‘바이오닉’은 뭘까요?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7과 ‘A10 퓨전’ 프로세서를 발표할 때부터 프로세서에 칩의 성격을 표현한 ‘펫네임’을 붙였습니다. 퓨전은 저전력과 고성능 코어의 결합을 뜻하는 것이었다면, 올해 바이오닉은 ‘생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새 프로세서, 이름은 ‘생체’

 

 

▲ 애플의 새 프로세서 'A11 Bionic' 칩을 탑재한 아이폰X.

(출처: Apple)

 
 

애플은 왜 이 칩에 생체라는 낯선 단어를 붙였을까요? 아이폰X의 발표와 함께 가장 화제가 됐던 부분은 바로 얼굴 인식 기술인 ‘페이스 ID’였는데요. 얼굴을 알아보고 기기의 잠금을 해제하는 건 가장 원초적인 개념의 보안 장치입니다. 기기가 나를 알아본다는 건 꽤 반가운 일이죠. 하지만 얼굴을 알아본다는 게 기술적으로는 꽤 어려운 일입니다. 몇 년 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도 비슷한 기능이 더해졌지만, 얼굴을 알아본다기보다 얼굴을 이미지로 해석한다는 편에 가까웠습니다. 얼굴 대신 사진을 보여줘도 잠금이 풀렸고, 정작 이용자가 안경을 쓰거나 화장을 하면 알아보지 못하기도 했죠.


이후 이 얼굴 인식 기능은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만든 ‘윈도우 헬로’의 경우 인텔의 리얼센스 카메라를 이용해 3차원으로 얼굴을 읽어들였고, 얼굴의 미묘한 변화에 대해 학습도 했습니다. 이는 얼굴 인식의 속도와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끌어 올린 사례로, 현재 윈도우 기기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Face ID.

(출처: Apple)

 

 

애플의 페이스ID는 조금 더 진화한 기술입니다. 진화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센서’와 ‘학습’에 있습니다. 페이스ID에는 카메라를 일부 이용하긴 하지만 적외선 카메라와 도트 프로젝터, 그리고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도트 프로젝터는 얼굴에 보이지 않는 3만 개 이상의 점을 찍고, 적외선 카메라가 이 패턴을 읽습니다. 얼굴을 순간적으로 3차원 스캔하는 방식입니다. 이 데이터는 다시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의 보안 영역으로 넘어가 실제 등록된 이용자의 얼굴인지 대조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순간적으로 이뤄집니다.


또한 얼굴을 지속적으로 읽어내기 때문에 화장법을 바꾸거나 안경을 쓰고,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이용자를 알아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선글라스를 써도 작동하죠. 이는 머신러닝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사람의 얼굴 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터치ID 역시 처음 입력하는 지문 외에도 지속적으로 지문 정보를 학습해 더 정밀하게 손을 읽어냈었죠. 얼굴을 읽어내는 아이폰X의 트루뎁스카메라가 주목 받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A11 안에서 처리됩니다. 그 동안 숱한 우려를 낳았던 터치ID는 반도체를 통해 지문 정보를 관리함에 따라 보안 문제를 단 한 건도 낳지 않았답니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머신러닝

 

 

▲ A11 Bionic은 초당 6천억 번의 연산 속도로 머신러닝을 수행한다.

(출처: Apple)

 
 

이 프로세서는 아이폰X 외에 아이폰8에도 적용됩니다. 애플은 이 칩의 연산 속도를 기존보다 고성능 25%, 저전력 코어 70% 높아졌다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1초에 최대 6천억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는 뉴럴 엔진’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애플이 이야기하는 뉴럴 엔진은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기술로 쓰입니다. 익숙한 말로 하자면, 머신러닝을 처리할 수 있는 병렬 처리 능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역시 ‘머신러닝을 목적으로 제작된 하드웨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온 세상이 머신러닝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은 이전과 다른 컴퓨터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애플도 이 경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다만 애플은 그 방식이 조금 다른데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이용해 분석을 거친 뒤 기기로 결과물을 전송해주는 반면, 애플은 개인정보를 서버와 클라우드에 전송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기에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이는 꽤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기기의 성능이 따라 주어야 하고, 머신러닝 처리는 곧 배터리나 성능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애플의 그래픽 소프트웨어 Metal2는 수준급의 3D 게임과 증강현실 등의 구현을 위해 최적화되었다.

(출처: Apple)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코어 ML이라는 이름의 머신러닝 개발 도구를 꺼내 놓았습니다. 이는 애플의 기기 안에서 머신러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인데요. 이와 함께 프로세서의 진화도 뒤따릅니다.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도 그 과정 중 하나입니다. 애플은 병렬처리를 위해 GPU 성능을 끌어올렸습니다. 외주로 맡기던 GPU 설계를 직접 설계로 바꾼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머신러닝을 위한 병렬 컴퓨팅에 달려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머신러닝의 효과를 주어야 하는 애플로서는 프로세서에 더 힘을 실을 수밖에 없습니다. A11 프로세서의 힘은 결국 고성능 CPU 뿐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GPU의 결합에 달려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페이스 ID는 이 프로세서의 성능을 이용하는 한 예일 뿐이죠. 애플은 이 외에도 GPU의 성능을 끌어내는 ‘메탈’을 게임에 한정하지 않고 ‘메탈2’로 업그레이드해 머신러닝 처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꼭 아이폰뿐 아니라 맥에도 확장됩니다.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 ‘분석’

 

 

애플은 머신러닝을 전면에 내놓지 않지만 곳곳에서 오랫동안 써 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다음 세대’는 빠른 성능, 큰 화면 등 물리적인 수치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 핵심이 머신러닝이고,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저마다의 분석 방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글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시 이를 처리할 막대한 데이터 센터를 개발·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전략을 비교하면 애플의 머신러닝 전략은 정 반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이 더 낫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기기에 맞는, 또 용도에 맞는 분석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화웨이 역시 최근 자체 개발한 ‘기린 970’ 프로세서를 머신러닝용 프로세서로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A11 바이오닉과 마찬가지로 기기 자체에서 머신러닝을 처리하는 칩이죠. 이는 곧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것만큼이나 기기 스스로의 분석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플이 앞으로의 10년을 이야기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기 자체의 안전한 이용자 분석에 있고, 그 핵심 기술은 반도체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얼굴인식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지만 스마트폰의 진화는 여전히 반도체에서 시작됩니다.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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