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흘 간의 황금연휴! 골라보는 추석영화 4편 <아이 캔 스피크>, <킹스맨: 골든 서클>, <남한산성>, <범죄도시>

TREND/트렌드 Pick!



다가오는 추석에는 임시공휴일을 포함해 무려 열흘이라는 긴 황금연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많아 비행기 표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처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 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영화’가 아닐까요? 마침 극장들도 대작을 준비하며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연휴가 긴 만큼 이번 추석엔 4편의 대작들이 경쟁을 예고했는데요. 어떤 영화들인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_ 온가족이 즐기는 가슴 따뜻 코미디 <아이 캔 스피크>

 

 

▲ 출처 : 네이버 영화 

 


나옥분(나문희)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수십 년 간 8000여건의 자잘한 민원을 넣어 구청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히는 할머니입니다. 옥분이 구청에 뜨면 공무원들은 그녀의 눈을 피해 전화기를 붙잡고 바쁜 척을 하죠.


그런데 이곳에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가 새로 발령받아 오게 됩니다. 원칙주의자인 민재는 옥분에게 번호표를 뽑아 절차대로 접수하라며 돌려보냅니다. 이에 질세라 옥분은 그동안 쌓아둔 서류더미를 민재 앞에 잔뜩 들이밉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어느 날 옥분은 영어학원에서 우연히 민재를 만납니다. 옥분은 미국으로 입양 간 동생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나이 든 할머니를 받아주는 학원이 없습니다. 민재가 꽤 수준급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옥분은 구청으로 찾아가 다짜고짜 이렇게 말합니다. “나한테 영어 가르쳐 줘. 안 그러면 이 민원서류 다 접수할 거야.”


▲ 출처 : 네이버 영화

 


옥분과 민재의 알콩달콩 영어과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아니라 ‘골치 아픈 할머니 과외하기’죠. 그런데 민재는 그런 옥분에게서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맡습니다. 할머니가 해주는 진짜 밥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요. 고등학생인 동생과 단둘이 사는 민재는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해왔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9급 공무원이 된 것도 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죠.


이처럼 소소한 분위기로 나아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휘몰아칠 감동의 여정을 준비합니다. 알고 보니 옥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가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결혼도 하지 못했고, 남들 손주 볼 나이에 옥분의 외로움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살고 있었던 것이죠.

 

▲ 출처 : 네이버 영화 

 


옥분의 절친 정심(손숙)은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심이 치매에 걸리자 옥분은 결심합니다. 친구를 대신해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기로 한 것이죠. 옥분이 기를 쓰고 영어를 배운 것도 정심을 대신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옥분을 오해하고 있던 동네 사람들과 공무원들은 이제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한 마음이 됩니다.

 

영화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풀어나갑니다. 사람이 죽지 않고, 피와 욕설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미덕까지 갖춘 한국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문희는 흡입력 있는 연기로 119분 러닝타임 내내 영화의 공기를 휘어잡습니다. 이제훈 역시 나문희의 옆에서 보조를 맞춰 깐깐하면서도 속 깊은 청년을 훌륭하게 소화해냅니다.


김현석 감독은 앞서 <스카우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프로야구라는 소재로 풀어내며 감동을 선사했었는데요. 그는 이번에도 위안부 피해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코미디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작은 이야기를 통해 큰 감동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가족과 함께 봐도 좋고, 친구나 연인끼리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화려해진 젠틀맨의 액션 <킹스맨: 골든 서클>


 

▲ 출처 : 네이버 영화

 

 

환상적인 ‘수트빨’로 뭇 남성들 기죽이는 매력적인 중년남 콜린 퍼스! 그런 그가 장우산 하나로 술집에서 펼치던 화려한 액션을 기억하시나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과 함께 술집의 문을 잠그고 매너 없는 남자들을 우산 하나로 두들겨 패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러면서도 그는 결코 영국 신사의 젠틀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아서, 멀린, 랜슬롯, 갤러해드 등 원탁의 기사들이 현대에 젠틀맨으로 부활해 세상을 지킨다는 콘셉트에 B급 코드를 세련되게 버무린 영화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었죠.


 ▲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번에 개봉하는 속편의 부제 ‘골든 서클’은 킹스맨에 대적하는 범죄 조직의 이름입니다. 줄리안 무어가 골든 서클의 수장 포피 역할을 맡아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녀는 “인간은 믿지 못해 로봇에 투자했다”며 로봇견을 자신의 보디가드로 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들은 믹서기에 갈아버릴 정도로 극악무도합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웃는 인상을 유지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악당입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속편에는 골든 서클 외에도 ‘스테이츠맨’이라는 또다른 조직이 등장해 킹스맨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는데요. 스테이츠맨은 샴페인, 위스키, 데킬라, 진저 에일 등 술 이름을 코드명으로 삼아 미국에서 활동하는 킹스맨의 형제 조직입니다. 킹스맨이 정장을 입은 신사 콘셉트라면, 스테이츠맨은 카우보이를 콘셉트로 하기 때문에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신사들의 무기는 시계, 우산, 술통 등이었지만, 카우보이들은 레이저 올가미, 야구방망이, 야구공 등을 무기로 씁니다.


영화는 골든 서클의 공격을 받아 킹스맨의 본부가 연달아 폭파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킹스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외팔이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가 사이보그가 되어 나타나 에그시(태런 에저튼)를 괴롭힙니다. 살아남은 킹스맨 멤버는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뿐입니다. 두 사람은 ‘킹스맨 최후의 날’ 규약에 따라 행동하다가 단서를 찾아 미국 켄터키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스테이츠맨 팀에 합류하게 되고, 전편에서 죽은 줄 알았던 해리(콜린 퍼스)도 만납니다. 이제 영국 킹스맨과 미국 스테이츠맨 연합군은 힘을 합쳐 골든 서클에 대적합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관객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부분은 단연 해리의 생존여부일 텐데요. 전편에서 발렌타인(사뮤엘 L. 잭슨)의 총에 맞아 사망했던 해리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하시죠? 이 부분은 그가 한쪽만 선글라스인 짝짝이 안경을 쓰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영화적 짜임새나 신선도 면에서는 전편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습니다. 전편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그대로 참여했고, 스케일은 더 커졌으며, 액션은 시원해졌습니다. 영화 초반 자동차 추격전, 영화 중반 설원에서 케이블카 액션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 합니다. 인육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보스, 악을 조장하는 대통령 등 B급 유머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스테이츠맨 팀으로 합류한 채닝 테이텀, 제프 브리지스, 할리 베리 등 새 얼굴도 반갑습니다. 참, 칠순을 넘긴 전설적인 가수 엘튼 존이 깜짝 출연해 우스꽝스런 발차기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도 놓치지 마세요.

 

 

 

_ 김훈 원작 진중한 역사물 <남한산성>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이 드디어 동명의 영화 <남한산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수상한 그녀>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요. 소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기대가 쏠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의 배경은 1636년 병자호란입니다. 청나라의 황제가 인조를 굴복시키기 위해 침략한 병자호란은 12월 14일부터 이듬해 1월 30일, 단 47일 만에 끝난 짧은 전쟁이죠. 인조는 서울을 비우고 남한산성에서 방어전을 폈지만, 기세등등한 청의 군대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병자호란이 발발한 배경에는 명을 숭배하는 주전파의 득세가 있었습니다.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주전파의 대부로 청의 조공 요구를 거부하자고 주장했죠. 이에 맞서 주화파인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은 절대강자가 된 청과의 화친만이 조선의 살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조정이 남한산성에 갇힌 뒤에도 두 사람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김훈 작가는 소설에서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지옥이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느 쪽을 선택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김상헌의 말을 들어주자니 싸우다가 나라가 망해버릴 것 같고, 최명길의 말을 듣자니 인조는 청나라 황제의 신하로 머리를 숙여야 합니다. 김상헌은 죽음이 곧 사는 길이라고 말하고, 최명길은 죽음을 왜 그리 쉽게 여기냐고 다그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벌이는 말의 전쟁을 집중력 있게 묘사합니다. 2시간 20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남한산성>은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가장 부끄러운 시기의 우리 역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이렇게 암울한 시대에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아꼈던 두 명의 정치인이 있었다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힘듭니다. 두 사람은 사상이나 방향은 달랐지만 자신이 내뱉을 말을 끝까지 지켰고, 이러한 이유로 훗날까지 존경 받고 있습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에는 두 신하의 대결 외에 하나의 축이 더 있습니다. 바로 백성입니다. 엄동설한에 병역의 의무를 행해야 하는 그들은 동상에 시달리고, 굶어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이 즐비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허구의 인물인 대장장이 서날쇠(고수)는 민초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나는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소." 그는 이렇게 말하며 정치 게임의 한가운데에서 혈혈단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무엇보다 그 암울한 시대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민초였다는 사실은 소설에서 김훈 작가가 가장 강조했던 메시지이기도 하고,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병헌과 김윤석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김지용 촬영감독의 심도 깊은 카메라, 영상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선율, 소설의 날카로운 문장을 대사에 접목한 시나리오 등 <남한산성>은 최근 나온 사극영화들 중 단연 웰메이드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긴 추석 연휴, 차분한 마음으로 비운의 역사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_ 마동석의 조폭 소탕작전 <범죄도시>



 ▲ 출처 : 네이버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 왕건이파 사건과 2007년 연변흑사파 사건을 모티프로, 배경과 인물이 살짝 변형돼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한 마디로 ‘마동석’입니다. 마동석의 존재감이 그야말로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극중 마석도 형사로 분한 그는 첫 등장부터 강렬합니다. 전화 통화를 하며 시장 한복판을 지나던 마석도는 칼을 들고 싸우는 두 남자를 한 손으로 가볍게 제압합니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통화를 계속하죠.


조폭인지 형사인지 구분하기 힘든 마석도는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영화의 배경인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직폭력배들은 마석도가 나타나면 바짝 엎드립니다. 그를 잘 모르는 덩치 큰 부하 한 명이 괜히 들이댔다가 마석도의 손찌검 한 방에 그대로 기절해버릴 정도입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마석도는 상극인 두 조직의 보스를 모아놓고 억지로 화해시키는 방식으로 범죄도시의 평화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하얼빈에서 밀항했다는 극악무도한 행동대장 장첸(윤계상)이 동네에 나타나 조직을 하나씩 접수하면서 평화가 깨집니다. 마석도는 강력반 팀원들과 함께 장첸의 독사파를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웁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남자 스타일의 거친 액션으로 일관합니다. 마석도를 비롯해 조폭과 경찰들은 모두 욕을 입에 달고 살고, 협박하고, 힘을 과시합니다. 영화에 자비란 없습니다. 독사파는 도끼를 사정없이 휘둘러 사람을 죽이며 영역을 넓혀가고, 기존 조직들은 나름대로 자기 ‘나와바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찰과 별도로 독사파를 쫓습니다. 힘 대 힘이 살벌하게 충돌해 영화를 보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입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수컷들의 영역다툼 욕망의 폭주를 정리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마석도 형사입니다. ‘서민형 슈퍼히어로’인 그는 능글맞은 구석도 있지만 누구와 만나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선 마석도와 장첸이 공항 화장실에서 일대일 격투를 벌이는데, 이 액션 신은 마치 터미네이터의 대결을 연상시킬 만큼 강력합니다.


또한, 팔을 다쳤는데 팔뚝이 너무 굵어 어디가 다친 건지 안 보인다는 등 ‘마요미’ 마동석만의 유머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동안 젠틀한 이미지였던 윤계상은 잔혹한 악당 연기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범죄도시>는 이번 추석영화 중 아마도 가장 화끈하고 살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폭력성의 수위가 그 어떤 한국영화보다 높은 만큼 가족 단위 관람보다는 친구끼리 보면 좋겠네요.

 



가슴 따뜻한 코미디부터 진중한 역사물, 화려한 액션물까지! 올 추석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채로울 예정입니다. 다양한 작품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취향 따라 볼 수 있어 더욱더 좋을 것 같은데요. 이번 추석에는 네 편의 영화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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