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3D 크로스포인트와 오보닉 재료가 해답!

TECH/반도체 Insight



세상에는 다양한 메모리반도체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는 PC, 스마트폰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널리 쓰이며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업계에서는 새로운 메모리의 상용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개량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택한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로 인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최근 차세대 메모리의 해답이 되어줄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3D 크로스포인트인데요. 지금부터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3D 크로스포인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차세대 메모리의 해답, 3D 크로스포인트


 

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핵심 요소를 건드리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D램에서는 ‘무(無) 커패시터’, 낸드플래시는 ‘다(多) 스태킹’이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 무 커패시터는 말 그대로 커패시터를 없앤 설계를 말하는데요. 미국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설계자산 업체인 킬로패스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VLT(Vertical Layered Thyristor)’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의 교차결합쌍(Cross-coupled Pair)과 사이리스터(Thyristor) 구조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P-N’ 접합 구조를 ‘P-N-P-N’으로 교차 구성하고 음극과 양극에서 전압을 걸면 ‘P-웰(Well)/P-서브(Sub)’에 전류가 머물러 있게 되는데, 여기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킬로패스가 설명하는 ‘교차구조’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합니다. 바로 2015년 발표된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XPoint)’, 옵테인을 통해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인텔은 옵테인이 비휘발성 특성을 가지면서도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빠르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명확한 원리와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P램(상변화 메모리)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죠.

 

▲ P램과 Re램은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일부분이 결정질에서 비결정질로 변하고,

이에 따른 저항 차이를 이용한다. (출처: inSiDE)



구조에 차이가 있지만 P램과 Re램(저항변화 메모리)은 모두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일부분이 결정질에서 비결정질로 변하는데, 이에 따른 저항 차이를 이용합니다. 옵테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itLine, 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ordLine, WL)의 각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메모리의 최소 단위인 셀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낸드플래시는 이 셀에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블록 내 워드라인 한 줄을 다 훑어야 했지만, 옵테인의 경우 셀 그 자체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빨라진 셈입니다.




옵테인,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옵테인의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옵테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학계에 보고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옵테인은 20나노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CMOS) 공정을 사용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내용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킬로패스도 기존에 사용하던 공정은 물론이고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설계자산 변경을 통해 D램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옵테인에 쓰인 재료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P램은 Re램과 마찬가지로 저항 차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말했는데요. 게르마늄(Ge), 안티모니(Sb), 텔루늄(Te)이 결합된 ‘게르마늄 안티몬 텔룰라이드(Ge2Sb2Te5, GST)’라는 재료가 주로 쓰입니다. CMOS 공정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인텔도 눈여겨봤겠죠?


▲ OTS는 1960년대 미국의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스탠포드 로버트 오브신스키가

칼코게나이드의 특성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출처: TheHenryFord YouTube)



P램의 셀은 ‘오보닉 문턱 스위치(Ovonic Threshold Switch, OTS)’를 재료로 사용하는데요. OTS는 셀레늄(Se), 비소(As), Ge, Si를 섞은 합금으로 결정질과 비결정질 상태를 오고가는 칼코게나이드(Chalcogenide)의 한 가지 종류입니다. OTS는 1960년대 미국의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스탠포드 로버트 오브신스키가 칼코게나이드의 특성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오브신스키는 결정질과 비경정질 상태를 광학적으로는 반사율 변화, 전기적으로는 저항이 바뀐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참고로 이 원리를 이용한 광드라이브가 흔히 PD드라이브라 부르는 상변화디스크(Phase-change Disc)입니다. 파나소닉이 1995년 상용화했으나 CD-RW의 대중화, 이후 DVD가 등장하면서 반짝 인기에 그쳤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OTS 자체는 오래 전에 발견됐으나 이를 메모리로 상용화한 것은 옵테인이 처음입니다. 물론 이를 예견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입니다. 그는 1970년 ‘첫 번째 오보닉 메모리(First Ovonic Memory)’라는 제목의 논문(R.G. Neale, D.L. Nelson and Gordon E. Moore, “First Ovonic Memory” Electronics)의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인텔은 처음부터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한 기업은 아니었죠. D램과 같은 메모리를 만들다가 일본의 가격 공세에 CPU로 주종목을 바꾼 케이스이죠. 40년 전에 이미 옵테인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3D기술로 차세대 메모리 성능 UP!



낸드플래시는 어떻게 데이터를 저장할까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Cell)을 몇 비트(Bit) 저장하느냐에 따라 싱글레벨셀(SLC·1비트), 멀티레벨셀(MLC·2비트), 트리플레벨셀(TLC·3비트)로 구분합니다. 셀은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L)의 각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셀 내부에는 플로팅게이트(FG)에 전자를 채우고 비우는 방식으로 ‘0’과 ‘1’을 인식합니다. 그래야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겠죠.



▲ 3D 크로스포인트 구조는 차세대 메모리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출처: CROSSBAR)

 

 

옵테인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Re램을 포함해 차세대 메모리의 핵심 구조가 대부분 3D 크로스포인트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옵테인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3D 낸드플래시처럼 셀을 겹겹이 쌓을 수 있는 3D 기술을 적용하면서부터죠. 차세대 메모리는 S램의 속도와 D램의 용량, 그리고 낸드플래시처럼 비휘발성 특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제까지 후보로 언급되는 제품 가운데 이를 제대로 만족시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인텔이 옵테인을 내놓으면서 모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뿐입니다.


3D 크로스포인트 구조는 Re램에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라멘구조(Rahmen Structure)’와 비슷한데요. 그물을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 2개의 워드라인과 비트라인으로 읽기·쓰기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읽을 때는 누설전류(sneak current), 쓰기에서는 전압강하(voltage drop)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에서도 셀에 OTS를 적용한 연구개발(R&D)가 활발합니다.


문제는 OTS 자체의 성질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갖가지 변수를 파악하고 보다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차전지의 대명사처럼 널리 사용되지만 지난해에서야 충전과 방전의 원리가 명쾌하게 밝혀진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3D 크로스포인트, 용량문제 해결이 관건!



학계에서는 차세대 메모리에 3D 크로스포인트 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P램이나 Re램, 혹은 STT-M램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가 나오더라도 용량은 결코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서죠. 타이밍 컨트롤러 소자나 일부 산업용에 쓰이는 반도체에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대중화되기 까지는 어려움이 따를 겁니다. 아무리 빠르고 전기를 덜 먹는다고 해도 용량이 작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고,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아직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제품이라도 과학적으로 원리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욕은 현재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돌파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입니다. 요즘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논할 때 재료 그 자체부터 따져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려운 난관이 눈앞에 있다면 기초부터 다시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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