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에 담긴 일상 속 소중한 순간 - 일러스트레이터 니나킴

STORY/Passion 피플



때로는 눈에 띈 그림 한 컷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니나킴은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힐링을 전하고 있는데요. 단 한 컷으로, 사람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그녀를 만나보았습니다.




그림으로 소통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니나킴의 책 <사라지고 싶은 날>은 걱정 많고 상처투성이인 주인공 ‘워리(WORRY)’가 쓰레기통 속에 빠진 후 뜻밖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본인이 직접 겪었던 외롭고 힘든 순간들을 기발한 설정과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해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는데요.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일러스트의 길을 가게 된 니나킴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들을 위한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감정을 잘 숨기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서툰 사람이라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니나킴이라고 합니다. 너덜너덜해진 종이 위에 수북이 지우개 가루가 쌓일 때, 마법처럼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그 느낌이 좋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Q. ‘일러스트레이터’ 라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어요. 대학교 졸업 후 입사한 직장에서는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적었어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하다가는 나만의 그림을 그릴 기회가 더 적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30살이 되기 전까지 모아둔 돈으로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집중적으로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개인 그림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니나킴’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된 건가요? 

 

영화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 극중 이름이 ‘Nina’ 예요. 영화에서 니나는 발레 캐릭터인 백조와 흑조 캐릭터에 완전히 흡수되는데요. 그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게 과연 예술의 삶이구나. 이런 예술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름을 정했어요. 


 


Q. 작품을 보면 늘 작가님과 닮은 단발 머리 주인공 ‘워리’가 등장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워리’라는 캐릭터는 <사라지고 싶은 날>을 준비하면서 저를 대변할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단발머리를 모티브로 한 ‘워리’가 탄생했죠. 워리의 탄생으로 마음속에 있던 우울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데요.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그림이 다 우울해요. 워리를 통해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고 그에 맞게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워리를 통해 나만의 고유한 특징이 짙어지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해요. 이런 점에 있어서 워리에게 고마움을 느끼죠. 




그림으로 더 커진 행복



Q. 작품의 주제 선정이나 그림을 그릴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요?


작품 속 이야기는 주로 제 것이 많아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 인생에 대한 고민 등을 그림으로 표현하죠. 제 비슷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보면서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그냥 부러워하기만 해요(웃음). 대신 주변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샌드워크(Sandwork)’라는 그림이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 출처: 책 <사라지고 싶은 날> 


“식빵을 구워,
그 위에 자료 조사를 얹고,
그 위에 샘플 시안을 얹고,
그 위에 디자인 시안을 얹고,
수정 추가, 또 수정 추가
갑의 기호에 맞게 무한 반복 수정을 얹은 다음,
남은 식빵을 닫으면
샌드워크 완! 성!”

- <사라지고 싶은 날> ‘샌드워크’ 부분 中 -

친구가 늘 일 때문에 바쁘고 치여 사는 이야기를 듣다가 ‘일에 짓눌려 산다’는 것에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그리게 됐죠. 최근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요. 앞으로 그릴 그림은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에 애착을 느끼나요?   


‘마음의 병’ 시리즈를 가장 좋아해요. 우연히 할머니 집에서 발견한 병에서 영감을 얻었는데요. ‘병(bottle)’ 하니까 순간 ‘병(ill)’이 생각 났어요. 그 순간부터 “마음의 병이 있을까?”, “있다면 왜 들어있을까?” 등등 ‘마음의 병’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시 제 기분을 그림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담긴 감정과 이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 일치했을 때 희열을 느끼거든요. 이 시리즈를 볼 때면 저와 그림 속 주인공이 한 몸처럼 느껴져요. 진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 코엑스에서 열린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016’ 에 참가한 니나킴 작가

출처: 니나킴 인스타그램



 Q. 그림을 통해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면?

 

누군가 제 작품을 좋아해줬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잘 표현했을 때도 기분이 너무 좋죠. 한편으로는 이런 능력에 감사해요. 이번엔 엄마 이야기를 책으로 내려 하는데요. 생각보다 저랑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분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 또 한 번 감사함을 느꼈어요. 누군가가 제 책을 읽었을 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면서 그분들의 슬픔도 사라지길 바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이 감사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제 안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많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어요.

 


_ 실력 부족? 일단 보여주는 게 중요!



Q.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제가 그리는 그림은 ‘일기’ 같은 존재죠. 하루 일과를 되돌아 보면서 그날의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며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리는데요.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보니 각자 다른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도 같은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가슴속에 있던 솔직한 감정에 공감하고, 표출했으면 해요. 마치 친구의 위로와 같은 포근하고 편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 ▲ 니나킴의 작업실

  • ▲ 니나킴의 작업실

 


Q. 일레스트레이션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표라기 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행복한 일상을 계속해서 그렸으면 좋겠어요. 결혼하고도 남편과 함께한 소소한 에피소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때는 혼자가 아니라 그림에 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각인되는 그림,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디지털 그림뿐만 아니라 수작업도 많이 해보고,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클래스도 열고 전시회도 여는 등 하나씩 천천히 이루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성숙해지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꿈이 있지만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 행동에 못 옮기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매일 작품을 공개하고 평가 받는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힘이 되는 조언이 있다면요. 

 

첫 책이 출간됐을 때 좋은 댓글도 있었지만, 안 좋은 댓글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네”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넘겼죠. 안 좋은 댓글을 단 사람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을 다 알 수 없고, 저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와 같은 일을 꿈꾸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한 확신이 없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해서 보여주는 것을 꺼려하면 작품을 알리는 기회가 사라지는 질 수 있어요. 그림을 꾸준히 그리다 보면 분명 늘어요. 자신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해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요. 경험상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해주면 긍정 에너지를 얻게 되고,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미완성 작품이더라도 공개하세요! 분명 예전의 그림을 되돌아봤을 때 풋풋했던 자신의 모습, 발전된 자신의 모습 모두를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뒤늦게 알게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 니나킴은 두려움없이 자신의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주며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작은 화면 속 정사각형 안에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망설이지 마세요. 니나킴 작가처럼 용기를 내어 진정성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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