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에서 탄생한 반항 도깨비의 성장기 - ‘사쿤’ 디자이너 ‘쿤’을 만나다

STORY/Passion 피플


 

마스크, 후드티, 배기팬츠 등 트렌디한 스트리트 아이템에 ‘도깨비 이빨’을 그려 넣은 브랜드. 사쿤(SAKUN)을 아시나요? 지난 2000년 탄생 이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강렬한 한국적 이미지를 녹여내고 있는데요. 다양한 문화와 융합해 수많은 브랜드 속에서도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니아들의 지지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데요. 영하이라이터가 사쿤의 중심에 서있는 CEO이자 디자이너, ‘쿤’을 만나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_ Chapter1. 청춘의 열병, 작품이 되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시그니쳐 이미지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어필합니다. 한국의 전통 캐릭터, 도깨비를 닮은 사쿤의 캐릭터 역시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는데요. 트렌디함의 결정체인 스트리트 패션과 날카로운 뿔을 가진 도깨비의 독특한 조합은 한 장의 낙서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 속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 사쿤의 마스코트이자 시그니처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사쿤의 출발이 어느 지점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사쿤은 반항심 가득했던 제 청춘의 ‘자화(portrait)상’ 이자, ‘자아(ego)상’이라고 말하곤 해요. 제 낙서장에 “나를 그려보자”해서 탄생한 캐릭터거든요. 

 

조금은 강하고 삐뚤어진 사쿤의 캐릭터처럼, 저는 학창시절에 반항끼가 심했던 학생이었어요. 그런 제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하던 것이 바로 낙서였고, 이 소질을 살려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그 후에도 제 방황은 이어졌어요. 사범대 미술교육과에 진학했지만, 1년도 안돼서 자퇴를 했어요. 선생님께서 제게 ‘왜 자꾸 예술을 해오니?’라 말하곤 하셨거든요. 제가 원하는 것은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인데 말이죠.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입학했고, 그제서야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이 찾아왔어요. 오직 실력으로만 겨루는 문화가 저와 잘 맞았죠, 

 

이처럼 저는 반항심 가득한 학생이면서, 동시에 미술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어요. 항상 그림을 그릴 땐 전투에 임하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했죠. 마치 사쿤 처럼요.

 

▲ 대학교 1학년 우연히 낙서로 탄생한 캐릭터 사쿤의 원형



Q. 디자이너 쿤의 성장기를 오롯이 담은 캐릭터네요. 그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대부분 아티스트들의 걸작은 20대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20대때는 그 어떤 전문가도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나오거든요. 사쿤 역시 반항심에 가득 찼던 10대를 지나, 20대에 막 들어선 당시의 제가 그린 그림이라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그란 얼굴, 뾰족한 뿔, 날카로운 이빨… 그리자마자 제 마음에 쏙 들었죠. 저를 빼 닮았으니까요. 어떤 음악을 듣는데 왜 저 음악이 좋지? 라고 생각해보면 선뜻 말할 수 없을 때가 있잖아요. 반항심 가득했던 청춘, 제 직관에만 의존해 만들었기에 이렇게 독창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어요. 대중들 역시 그 부분을 매력적으로 봐주셨고요. 뿐만 아니라 힙합 음악에서의 샘플링 문화처럼 기존의 다양한 작품들을 편집해서 배열하고, 패러디한 사쿤만의 요소도 재미있고 세련된 무기이죠.

 

 

 

_ Chapter2. 세상과의 소통, 성장의 길이 열리다  

 

 

지난 2000년 탄생 이후 어느덧 18년차에 들어선 사쿤. 지금은 유명 아이돌 등 셀러브리티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요. 한 청년의 낙서장에서 탄생한 반항심 많은 도깨비는, 어떻게 대한민국 스트릿 패션의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요? 디자이너 쿤에게 그 험난했던 과정을 물었습니다.

 

▲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웹페이지

 


Q. 젊은 대학생의 낙서장에만 존재하던 사쿤, 어떻게 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됐나요?

 

사쿤 탄생 후 혼자 이를 활용한 아트웍을 그려 나가다가, 작품들을 특별한 공간에 올려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마치 새로운 세계에 온 것 같은 웹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제 머리 속 사쿤 세계를 그대로 녹여냈죠.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15년 전인 당시에는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죠. 그때를 기점으로 인터뷰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인터넷에 저에 대한 소문이 날 정도로 이슈가 되었어요. 부천의 4평짜리 방 안에서 상상으로만 탄생시킨 세상과, 제 작품이 인정받은 기분이었죠. 

 

 

Q. 사쿤의 폭발적인 성장은 의류 사업 시작을 기점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해당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 드린 웹 페이지 내 게시판에, 제 작품을 옷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올라왔어요. 실제로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예산이 부족했어요. 당시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구글에 있는 티셔츠와 후드티 이미지에, 사쿤 캐릭터를 합성해 ‘가짜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가격까지 함께 올려 마치 실제로 파는 것처럼요. 그리고 사람들 반응을 지켜봤죠. 아니나 다를까, 문의가 엄청 많이 올라왔어요. 그 반응들을 보고 제가 아르바이트 한 돈을 모아 소량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날 옷이 입고되면 그날 매진이 되는 등 반응이 매우 뜨거웠어요.


사쿤의 다양한 패러디 작품 (디지털 아트웍)

 
 

Q. 이제 한 기업의 대표가 되셨는데요. 제품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와는 별개로 경영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솔직히 많이 어려웠어요. 디자이너적인 관점으로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단점을 인식하고 경영대학원에서 들어가 회사 운영에 대한 공부도 했죠. 하지만 기업의 CEO는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진행 상황을 다 알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죠. 앞으로도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컴퓨터가 인간이 했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에 발맞춰 사쿤만의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고, 동시에 회사 내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에도 힘써야겠죠.

 

 

 

_ Chapter3. 생각하는 사람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다

 

 

어딜 가나 문제아였던 청년은,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습니다. 이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들과 낙서장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데요. 시작이 그랬듯, 마냥 평범한 길만을 걸어가진 않습니다. 독특해서 매력적인 도깨비 사쿤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이곳 저곳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그들의 발자국을 한 번 따라가 볼까요?

 

▲ 사쿤의 다양한 콜라보 작품 - ‘클래시 오브 클랜과의 콜라보/SMART-X-DESIGNER-KUN.-SAKUN-SMILECAT



Q. 독특하고 트렌디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사쿤. 회사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쿤은 처음 탄생한 이후로 브랜드의 의미가 조금씩 변화해 오고 있습니다. 소시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소시지 보이’로 시작해 ‘Street Art’와 ‘무리 군‘의 합성어인 ‘거리 예술가들’ 등의 의미를 가졌었는데요. 현재는 ‘생각 사’에 ‘무리 군’이 합쳐진 ‘생각하는 집단’의 의미로 정착했습니다. 실제로 함께 일을 한지 오래된 이들이 대부분이라 같은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무언가를 시도하고자 할 때 반대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고, 함께 응원해주는 분위기예요.


사회적 메세지를 담은 작품들 (디지털 작품)



Q.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계십니다. 크리에이티브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것만은 꼭 지킨다’ 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해요. 억지로 하는 것은 정말 못해요. 힘들어도 즐길 수 있어야 계속 바라보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이 나오거든요.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희는 그림이 가진 메시지의 힘을 믿어요. 그런 힘을, 정의로운 싸움을 하는데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공통된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사회적인 참여는 앞으로도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 '서울시' 와의 콜라보

 


Q.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도 눈에 띕니다. 서울시, 박카스 등 그 분야도 굉장히 다양한데요. 계속해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이어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쿤의 아이덴티티가 특이하고 예술적이다 보니 기회가 많이 생겨요. 보통 콜라보를 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게 한쪽 브랜드의 정체성에 잠식당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사쿤과 작업을 했던 브랜드들은 굉장히 규모가 크고, 아이덴티티가 강했어요. 그 속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죠. 함께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 속에 특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요. 그렇게 큰 브랜드와 함께 일을 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노하우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디자이너 쿤에 의해 그 브랜드가 변형되는 모습을 보는 과정도 즐겁고요. 8월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Asian Hotel Art Fair’ 에 참여해 ‘사쿤 호텔 룸’을 기획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계속되니 기대해 주세요.

 

 

 

_ Chapter4. 꿈과 열정은 무한대, 보다 넓은 무대를 향하다

 

 

반복되는 경쟁 속,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선 꿈과 열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쿤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보다 넓은 무대를 향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는 아티스트, 쿤의 다음 스텝을 들어 보았습니다.

 

인터뷰하는 모습의 디자이너 쿤


 

Q. 대한민국 스트릿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신 디자이너 쿤님. 지금 이 무대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다음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어요. 현재 제가 다녔던 대학교에 강사로 출강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보다 유익한 가르침을 많이 전달해 옳은 길로 이끄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두 번째는 사쿤의 해외 진출인데요. 이미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고 제품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철저한 준비로 현지화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니,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Q. 디자이너 쿤과 같이 열병을 앓고 있는 청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한 번도 목표의 방향을 튼 적이 없어요. 사범대에 입학해 선생님을 꿈꾸다, 디자이너가 되긴 했지만 궁극적인 핵심은 항상 같았어요. 청춘들 역시 기존에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걸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군대에서의 경험, 학교에서의 경험 등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이 다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으니까요.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죠. 

 

어떤 길이든 어렵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예요. 본인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잘 들여다보세요. 인생은 길잖아요. 그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해야 재미있게 살 수 있을 지, 깊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반항심 가득했던 10대와 20대의 자아를 그림으로 표현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디자이너 쿤. 한 사람이 쌓아온 경험과 노력의 점들을 선으로 이으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 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냈는데요. 막연한 불안감에 새로운 것만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에게 뼈 있는 메시지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그의 조언처럼, 우리 모두 이번 기회에 내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청춘들의 열병이 새로운 도약점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공유하기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1 ···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 232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