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왜 USB로 앨범을 냈을까?

TECH/IT 트렌드

 


콘텐츠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그 그릇을 달리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음악 들을 때는 LP 레코드가, 학창시절에는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가 중요한 재산이었습니다. 디지털로 음질이 깔끔해진 CD에 심취했다가 어느새 MP3에서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듣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콘텐츠를 담는 미디어 형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_형태는 없지만 가치 있는 상품, 콘텐츠

 

콘텐츠는 형태가 있을까요? 대부분 콘텐츠는 ‘몸통’이 없죠. 음악은 공기를 따라 흘러 사라지는 무형의 콘텐츠이지만, 이것을 음반, 음원에 담으면 유형의 콘텐츠가 됩니다. 이렇듯 콘텐츠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지만, 가치 있는 상품입니다. 


기록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가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는데, 기록 미디어의 등장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옛날 소설이나 동화는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전해 내려왔고, 노래도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죠. 이렇게 구전되던 음악을 대중 매체로 상품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디어라는 ‘몸통’을 얻고부터입니다.

 

에디슨은 자력을 담는 플라스틱판에 소리를 담는 데 성공했고, 그 기술은 이른바 ‘레코드’ 시장으로 확장됐습니다. 이 원리는 지금까지도 가장 인간적인 소리로 꼽히는 LP나 최초의 휴대용 음악 미디어인 카세트테이프로 변화했죠.


▲ 지드래곤 USB 앨범 


얼마 전 지드래곤이 새 음반을 4GB USB 메모리 형태로 출시했습니다. 이 음반은 3만 원으로 꽤 비쌌는데, 안에 든 파일은 음원이 아니라 1KB도 안 되는 하이퍼링크였습니다. 인터넷으로 해당 링크에 접속해 콘텐츠를 내려받는 방식이었죠. 한국 음원콘텐츠협회는 이를 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음반〮음원 판매 순위를 집계하는 가온차트 순위에서 이 음반 판매량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종종 ‘링크 하나 들어간 USB 메모리가 음반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음원’을 듣는 ‘권한’을 새로운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대의 아이콘’ 지드래곤다운 접근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논란이 된 것일까요?


가온차트는 ‘앨범’에 대해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지드래곤 음반은 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냈습니다. 이 USB 메모리 안에는 음원이 들어 있지 않고, 단지 파일 전송에 대한 권한을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음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이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현재 차트 구조에서는 음반과 음원을 분리해서 점수를 매기는데, 내려받는 권한을 음반으로 해석하면 기존 구조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미디어 시장에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파괴적 창조’를 일으킨 셈입니다.




_ 인터넷과 반도체가 낳은 '미디어 변화'

 



반도체는 음악 시장을 뿌리부터 흔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술은 MP3 파일을 담는 그릇이 되면서 음악의 감상과 유통의 방법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애초에 미디어의 역할은 콘텐츠를 담아 전달해주는 것인데요. 플래시 메모리는 이용자가 마련하고, 유통은 인터넷이 하는 식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미디어 가치와 전혀 다릅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찾아온 미디어 변화는 ‘담아 파는 것’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얘기니까요.


지드래곤의 음반 유통 형태는 당연한 변화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음원이 자유롭게 유통됨에 따라 콘텐츠는 스스로 가치를 지니게 됐습니다. 또한, PC, 스마트폰 등 이용자가 원하는 미디어 형태에 담아 원하는 곳에서 재생할 수 있습니다. 

 

 

 

_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하는 미디어

 

 

 

미디어의 변화가 모두에게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기술, 제도, 사회적 인식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지만 불과 얼마 전 컴퓨터로 듣는 음악은 곧 ‘불법’인 시대가 있었죠. 이용자들은 디지털 음원을 원했지만, 인터넷 전송이 불법이었으니까요.


음악 시장은 음원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답도 찾지 못한 채 미디어 변화를 막는 데 급급해했죠. 그 사이 음원은 순식간에 무료로 공유됐습니다. 냅스터나 소리바다 같은 ‘개인간 공유 다운로드 서비스’나 벅스뮤직처럼 ‘스트리밍되는 음악 서비스’가 시장에서 새로운 유통의 힘을 얻었습니다. 소비자가 정식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불법복제에 관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채 복잡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기술이 난립했죠. 재생 기기 사용제한도 늘어났습니다. 당연히 CD를 사던 수요는 그 시장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옳은 답이 아니었던 거죠.


미디어 형태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제 그 유통의 힘은 멜론, 벅스뮤직, 애플 아이튠스 같은 온라인 마켓으로 옮겨갔습니다. ‘파일’ 보다 ‘파일 접근 권한’을 판매하는 게 요즘 스트리밍 시장이죠. 결과적으로 서서히 불법 복제가 사라지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_ 콘텐츠 본질 돌아보는 기회


최근 영화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있었는데요. 바로 넷플릭스와 영화 <옥자>입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만을 통해서 콘텐츠가 전송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이죠. 지난해에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과 손잡고 영화 제작에도 투자했습니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다 해도, 넷플릭스가 동시 상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죠.


대형 극장 측은 이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극장 이용객이 줄어들 거라는 염려 때문이었죠. 일반적으로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고, DVD나 VOD,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뒤 케이블TV에 유통되는데요. 이는 수십 년 동안 암묵적으로 합의된 원칙입니다. 넷플릭스가 동시 상영해야 한다고 하자, 기존 유통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오늘 개봉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도 있고, 침대에 누워 TV로도 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우리는 PC, 태블릿, 또 스마트폰에 콘텐츠를 담기도 합니다. 때로는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넷플릭스나 멜론처럼 내려받기 대신 스트리밍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까요? 아마 그 형태는 계속해서 시대를 반영하여 진화할 겁니다. 

 

당장 냉장고로 음악을 듣는 게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어색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콘텐츠들을 접할 일이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거의 모든 경험에는 반도체가 함께 할 겁니다.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저장 메모리 그리고 통신까지 미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곳에는 반도체가 있기 때문이죠.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콘텐츠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는 시대로 콘텐츠 본질을 중심에 놓는다면 미디어 변화가 그렇게 두렵기만 한 일은 아닐 겁니다.

 

앞으로도 ‘콘텐츠의 몸통’인 미디어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디지털 흐름에 따라 음원을 소비하고 저장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반도체 발전에 발맞춰 제 몸을 바꿔왔던 콘텐츠가 앞으로 또 얼마나 새로운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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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군 2017.07.20 12: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문장이 쉽고 깔끔하네요
    이해하기 쉬워요

  • Favicon of http://melburn119.tistory.com Dr.Panic™ 2017.07.21 14: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4GB USB에 음악 파일(음원)이 1개도 안들었는데, 이를 파격적이라고 언플하는 기업이 대단한 기업입니다. 음반으로 인정할려면 USB에 넣든 하드에 넣든 음원이 있어야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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