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도 3D다? D램의 탄생과 발전

TECH/반도체 Insight



최근 초고화질(UHD) 콘텐츠 증가, SSD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3D 낸드플래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평면(2D) 낸드플래시보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을 크게 늘리 수 있으며, 안정성과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여기에 전기 소모량마저 적다는 이점이 있죠. 이를 가능하게 한 동력 중 하나는 회로를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D램이 이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D램 탄생의 기초를 쌓은 이들의 소개를 비롯해 효율성 증대를 꾀하기 위한 D램의 발전과정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_ D램의 기초를 다진 강대원과 존 폰노이만



혹시 ‘강대원(1931~1992)’ 박사의 이름을 들어봤나요? 고(故) 강대원 박사는 반도체의 기초가 되는 모스펫(MOSFET)과 낸드플래시 데이터 저장 공간인 플로팅게이트(Floating Gate, FG)를 최초로 개발한 인물입니다. 그는 모스펫과 플로팅게이트를 발명해 특허를 받았으며, 2009년에는 집적회로(IC) 발명 50주년을 기념해 에디슨과 라이트 형제, 노벨 등이 이름을 올린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습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반도체가 모스펫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 박사의 업적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강 박사를 기리는 마음에서 올해 SK하이닉스가 주재한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는 ‘강대원상’을 만들어 첫 수상자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위대한 업적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세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모리 가운데 하나, ‘Dynamic Random-Access Memory(D램)’도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컴퓨터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D램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이 바로 ‘존 폰노이만(John von Neumann)’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천재인 존 폰노이만은 물리학, 통계학, 경제학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컴퓨터공학의 기초를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D램에서 존 폰노이만이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데이터 처리 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인데요. 이른바 ‘폰노이만 구조’라고 불리죠.


폰노이만 구조 이전까지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그저 수많은 하드웨어의 조합으로 이뤄져야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교환기 없이 전화교환수가 일일이 수동으로 교환 업무를 담당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당시에는 프로그램을 바꾸려면 갖가지 케이블을 이리저리 연결해야만 했습니다. 흔히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는 ‘에니악(ENIAC)’의 케이블이 바로 이런 역할을 수행했죠. 




_ 가장 평범하면서 범용성 높은 메모리



폰노이만 구조의 핵심은 ‘임의로 접근할 수 있는 메모리’라는 공간을 만들어뒀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램(Random-Access Memory, RAM)’이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주메모리라는 저장 공간에 프로그램을 올려두고 실행하는 방식이죠. 이후 1960년대 IBM에서 D램의 기초를 설계, 발명합니다.


▲D램은 전하의 저장 유무로 1과 0을 판단하는 커패시터와 스위칭 트랜지스터가 셀 위에 얹어져 있는 형태다.



흔히 D램을 언급할 때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휘발성(揮發性, volatile)’ 메모리라는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전원공급이 끊어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성질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D램은 전하(에너지)의 저장 유무로 1과 0을 판단하는 커패시터와 스위칭 트랜지스터가 셀 위에 얹어져 있는 형태입니다. 두 개의 소자로 셀을 구성할 수 있어서 많은 용량을 저렴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지만 재충전 과정인 리프레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멍이 뚫려 있는 그릇(커패시터)이어서 주기적으로 물(전하)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하가 모두 빠져나가면 0과 1을 구별할 수 없으니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져버리겠죠.


언뜻 이런 구조의 D램을 왜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면 굳이 D램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전원이 나가더라도 작업한 데이터가 모두 그대로 남아있으니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상업성이 떨어집니다. 앞서 폰노이만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이상 성능 하락도 피할 수 없습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속도가 훨씬 느린데다가 가격도 비쌉니다. 흥미로운 점은 D램이 낸드플래시보다 속도가 빠르지만 S램보다는 느리죠. 놀랍게도 S램은 중앙처리장치(CPU)와 맞먹는 속도를 지녔지만 용량이 작습니다. S램보다는 용량이 훨씬 크면서 낸드플래시보다 데이터 처리량이 높은 D램이 널리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좋다는 의미입니다.




_ 나노 세계에서의 D램, 우주까지 건물을 짓는다는 것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D램은 커패시터의 용량을 키워가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래야 용량이 커지지만 그만큼 전하를 많이(큰 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커패시터 용량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이른바 ‘캡(Cap)’의 한계입니다. 미세공정 발전에 따라 이 공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리프레시가 빨라집니다. 셀 면적은 자꾸만 좁아지니 커패시터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직으로 쌓는 방법을 이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방법이죠? 바로 3D 낸드플래시와 같은 방법입니다. 


어쨌든 캡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니 재료로 사용하는 유전체(dielectric substance, 誘電體) 박막이 자꾸 얇아지고 있습니다. 유전체 박막이 얇아지면 누설전류가 많아지니 효율이 떨어집니다. 회로를 새기는 패터닝이 까다로우며, 돈과 시간도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공정수가 늘어나면 제조원가가 커질 수밖에 없죠. D램에서 미세공정 전환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R 비율이 높아지면 커패시터가 기울어져 고유의 특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현재 10나노 후반(1×나노) D램의 커패시터의 바닥 면적과 높이 비율(Aspect Ratio, A/R)은 100 정도입니다. 100이라는 A/R 비율은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지상과 우주를 연결하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연상시킵니다. 162층에 높이가 828미터인 세계 최고층 건물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의 A/R 비율이 6 정도에 불과하니 나노 세계에서의 D램 설계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커패시터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3D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지만 각 층과 층 사이가 휘어져 고유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죠. 이게 다 제한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늘려 다양한 형태(실린더, 박스 등)로 커패시터를 쌓아 올리다 보니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D램 업체는 기존 음각 형태(Buried Cell Array Transistor, BCAT)의 게이트 구조를 일부 수정하거나,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Vertical Cell Array Transistor, VCAT)을 도입한 상태입니다. 새로운 재료를 통해 커패시터의 높은 A/R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_ 한계돌파 첫걸음은 ‘패키징’



3D 낸드플래시처럼 D램도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이용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육지책입니다. 왜냐하면 2D와 달리 3D는 가로(X), 세로(Y)가 아닌 ‘높이(Z)’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셀이나 커패시터를 제작해야하기 때문이죠. 이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D램이나 낸드플래시 한계가 닥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계 도달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와 있죠. 그 가운데 하나가 ‘패키징’입니다. D램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가 대표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다. 이른바 패키징 고성능 D램의 시작이다.



현재 HBM은 HBM2까지 상용화가 이뤄졌습니다. HBM2는 HBM1과 비교해 메모리 대역폭이 2Gbps로 늘어났으며 용량의 증가(8Gb)와 함께 에러보정기술(ECC)도 갖췄죠. 특히 최대 메모리 대역폭이 1TB/sec에 달합니다. 더불어 HBM2는 4층 이상의 D램을 적층시켜 메모리 대역폭을 1024비트로 구성한 HBM1과 달리 2층 만으로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D램이라는 칩 하나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여러 개의 칩을 적층시켜 돌파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런 시도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CMOS 이미지센서(CIS)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_ 설계 · 재료로 새로운 도약 나서는 D램



D램이 없다면 저렴한 가격이 컴퓨터를 구성할 수 없고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어려워지겠죠.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빅데이터가 필수인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계돌파를 위해 3D 기술을 접목, 한층 넉넉하고 풍족한 정보산업시대를 맞이하게 만들어준 D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세공정 개선에서 벗어나 패키징으로 성능을 극복하고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와 설계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메모리가 세상에 나왔고 D램의 자리를 위협했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겁니다. D램만큼 성능과 가격, 용량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는 1등은 영원합니다. D램은 S램, 낸드플래시 등의 수없이 많은 견제를 받았지만,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는 방법을 도입하거나, 패키징 고성능 D램을 알린 HBM 등 정상에서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재료와 설계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는 D램의 앞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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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13 21:44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2017.07.27 12:07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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