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의 시선으로 파헤친 더위에 관한 속설

TREND/트렌드 Pick!


 

푹푹 찌는 여름,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밖보다 뜨거운 공기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적이 있나요? 뜨겁게 달궈진 방에 있다 보면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지는데요. 인터넷으로 더위 피하는 법을 검색해보면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이중에서 맞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하이라이터가 여름철 더위에 관한 속설을 파헤쳐 보았는데요. 과연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지금부터 알아봐요!

 

 

_ 하나. 커튼을 치면 방이 시원해진다?

 
뜨거운 햇빛은 방의 온도를 높이는 주범인데요. 그래서 햇빛을 막으려고 대낮부터 블라인드와 커튼을 치는 집이 많습니다. 하지만 커튼을 친다 해도 빛 차단 효과는 2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 이유는 빛이 커튼에 부딪히자마자 열화(熱化)하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방에 커튼이 있다면 햇빛은 고스란히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흡수되지 않은 햇빛은 방으로 들어와 온도를 높힌다. 

 


햇빛이 들어오는 방은 하나의 닫힌 계(Closed System)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닫힌 계는 외부에서 물질의 출입은 없지만 일의 형태로 에너지의 출입이 일어납니다. 유리는 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의 에너지 영역에서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차단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커튼을 친다 해도 물질의 출입과 에너지의 출입이 일어나지 않는 고립계(Isolated System)가 될 수 없답니다. 그러니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차단하고 싶다면 덧문이나 외부 블라인드처럼 창밖에서 햇빛을 막는 것이 좋답니다.

 


 

_ 둘. 에어캡 하나면 추위는 물론 더위도 잡을 수 있다?

 

▲ 단열재는 열의 이동속도를 늦춘다.

  


커튼으로 햇빛을 막는 게 소용없다면 열 자체를 막는 방법은 어떨까요? 여름철 냉방비와 겨울철 난방비를 동시에 잡는 방법으로 유리창에 에어캡을 붙이는 방법이 있는데요. TV에 소개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랍니다.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보여준 사례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단열재는 열의 흐름을 차단하는 물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속도가 느릴 뿐 열은 단열재 내부에 흐르고 있답니다. 이때 물질 속에서 열의 흐름을 나타내는 값으로는 열관류율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열관류율은 물질이 두께에 따라 열을 흘려 보내는 성질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낸 값입니다. 그래서 유리창에 열전도도가 낮은 에어캡을 붙여 열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두께를 조금 더 두껍게 만들어 단열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랍니다.




하지만 유리창의 열관류율을 낮췄다고 해서 단열 효과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데요. 열을 전달하는 입자는 전기처럼 저항이 낮은 곳으로 몰려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문과 같은 건축 구조는 유리창뿐만 아니라 새시(Sash), 창문 부자재, 벽과 창문 사이의 마감 등 다양한 자재가 섞여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열관류율이 높은 부분이 있다면 그곳으로 대부분의 열이 이동하는데요. 에어캡을 붙인 유리창이 무색하게 주변의 건축자재로 열이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_ 셋. 물을 뿌리면 주변이 시원해진다?

 

 우리는 공원에서 쉽게 분수를 볼 수 있다. (출처: Pixabay)


 

여름엔 시원한 분수를 보기 위해 공원을 가기도 하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의 기온도 시원하게 내려간답니다. 방에서도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빨래를 널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잠열(濟熱)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요.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물질이 상태변화를 거칠 때는 온도와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입니다. 엔트로피는 에너지 변환 과정 중 손실을 나타내는 열화와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배열 엔트로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배열 엔트로피는 간단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움직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싫어한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습도가 높아지면 방의 습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증기 분자가 움직입니다.


 수증기가 적으면 화살표는 위로, 수증기가 많으면 화살표는 아래로 향한다.



하지만 수증기 분자가 갑자기 없어질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그런 마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천연섬유로 된 옷이나 나무로 만든 옷장, 모발의 친수성(親水性)처럼 물 분자가 달라붙기 쉬운 부분이 축축해 지는데요. 이때 수증기가 품고 있던 잠열을 그대로 배출하기 때문에 현열(顯熱)이 증가하게 되고 그 양은 증발로 줄어든 열과 같답니다. 즉 방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는 것이죠.


야외에서 물을 뿌리면 시원해 지는 이유는 증발된 수증기가 한없이 넓은 대기로 퍼져 수증기의 배열 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수증기가 열을 흡수하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방에서 온도를 낮추고 싶을 땐 문을 열어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_ 넷. 선풍기에 얼음을 올리면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해진다?


 선풍기에 올린 얼음 주머니

 

  

많은 사람들이 선풍기에 얼음을 올려두면 얼음이 모터의 열을 흡수해 선풍기의 작동도 원활해지고 바람도 시원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풍기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열은 전기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과 모터가 회전하는 동안 마찰에서 발생하는데요. 과연 얼음이 이 열을 잡아줄 수 있을까요? 영하이라이터가 직접 실험해보았습니다!

 

 

 

선풍기에 얼음을 올려 놓자마자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선풍기에 붙인 종이의 온도를 떨어뜨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단순히 얼음과 선풍기만으로 방과 모터의 온도를 떨어뜨리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이유는 얼음의 양에 비해 방의 공기 부피가 훨씬 크다는 점, 선풍기와 모터의 재질이 플라스틱이라 열의 전달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얼음을 비닐에 담아 사용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비닐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모터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다섯. 창문을 바라보게 선풍기를 놓고 틀면 시원해진다?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선풍기를 틀어 보았다. / 실험용 바람개비

 

  

여러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 다뤄 졌던 방법입니다. 선풍기가 뒤쪽의 공기를 앞으로 내보내면 창문을 통해 더운 공기가 나가고 그만큼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는 원리인데요. 그래서 직접 선풍기를 쐬는 것 보다 빠르게 방의 온도를 낮춰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의 온도가 낮아지는 근본적인 원리는 대류현상입니다. 대류현상을 도와줄 뿐, 온도를 직접 낮춰 줄 수는 없답니다. 그렇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면 대류의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 것일까요? 실험결과를 직접 확인해 보시죠! 




실험 결과, 창문의 위쪽을 통해서 미약한 바람이 들어오지만 바람개비를 돌리기엔 충분하지 않았는데요. 현관문을 열어 일자형의 바람길을 만드는 ‘맞바람’ 방법을 사용해 보았으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여서 바람개비는 돌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관문 방향으로 선풍기를 틀고 창문을 절반만 열어보았는데요. 놀랍게도 바람개비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선풍기가 공기를 강제로 내보내면 창문을 통해 같은 양의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인데요. 창문을 절반만큼 열었을 때 바람이 가장 세게 불었고 그보다 조금 열려있을 땐 오히려 바람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공기의 이동 속도가 충돌로 인해 상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형체가 없는 바람이지만 너무 좁은 틈을 지나가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이론과 실험을 통해 여름철 실내온도에 관한 속설을 풀어보았는데요. 잘못된 속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공통점은 ‘열은 이동할 수 있지만 결코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간단한 법칙만 알고 있다면 쏟아지는 속설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사실들로 올여름은 조금 더 시원한 방법으로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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