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업계, 산업스파이를 막아라

TECH/반도체 Insight



지난 5월 초 대만에서 반도체 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만 검찰이 반도체 핵심 기밀을 빼낸 혐의를 받은 산업 스파이를 체포한 것인데요. 이처럼 산업 스파이에 의한 기술 유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반도체 업계 속 화두인 산업 스파이 이야기를 짚어보겠습니다. 




점점 더 잦아지는 반도체 기술 유출


▲Tsmc Fab 전경(출처: Tsmc)



수(Hsu) 모씨가 기밀자료를 훔치려고 했던 TSMC는 세계에서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SMC는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해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데요. 최근 파운드리 첨단 공정은 10nm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28nm 공정은 여전히 TSMC의 주력 생산 공정입니다. 엔지니어였던 그가 훔친 자료는 28나노미터(n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의 기밀자료였는데요. 상하이의 화리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HLMC)로 이직하려다 붙잡혔습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HLMC는 올 초 또 다른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UMC의 엔지니어 50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중국에서 28nm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는 게 대만 측의 추정입니다. 디지타임스는 D램 등 메모리와 팹리스에서도 기술 유출이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자회사 이노테라와 렉스칩은 중국으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소송 중입니다. 




_ 중국의 반도체 굴기 본격화


▲중국의 반도체 수업규모 (출처: 중국 해관총서)



반도체 기술 유출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본격화하면서 잦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스마트폰, TV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 제조가 늘어나며 필수품인 반도체 수입이 급증하자 2011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 규모는 2271억 달러에 달했고, 이는 원유를 제치고 전체 품목 중 1위였습니다. 


★중국 국가 반도체산업 투자기금 개요


설립

 중국 국무원의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추진 요강’에 따라 

중국 재경부와 공업정보화부 주도로 2014년 줄범

규모

2015년 말 220억 달러 규모

2020년 60억 달러 목표

주요 주주

중국개발은행, 중국담배공사, 중국이동통신, 베이징이좡국제투자, 

상하이궈성그룹, 중국전자과기구릅(CETC), 칭화유니화신투자 등

 8개 투자그룹이 주도

주요 투자처

반도체 제조(40%), 반도체 설계(30%), 반도체장비 및 부품(30%) 등에 투자



중국은 2013년 반도체 수입액이 2300억 달러를 넘자, 대규모 국산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2014년 발표한 국무원의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인데요. 2020년까지 모바일용 반도체 자급률을 35%로, 통신용 반도체는 75%로 높이겠다는 게 핵심 목표입니다. 이 요강에 따라 반도체 펀드도 출범됩니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 은행, 지방정부 자회사 등 16개 기관이 이 펀드에 작년 말까지 220억달러를 출자했는데요. 2020년까지 560억달러를 모을 계획입니다. 이 중 4분의 1가량을 정부가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중국 정부의 반도체펀드 및 후베이성 정부 등과 함께 우한에서 3D 메모리 반도체 공장기공식을 연 칭화유니그룹 

(출처: 칭화유니그룹)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자국 반도체 업체 육성을 위해 투자되고 있습니다. 2014년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도 이 펀드의 투자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JCET가 세계 4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싱가포르 스태트칩팩을 인수하고, 중국 1위 시스템반도체 업체 SMIC가 공장을 증설할 때도 적지 않은 ‘반도체 펀드’의 돈이 투입됐습니다. 중국 칭화유니가 우한, 난징에 짓고 있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에도 상당액이 투자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국가 주도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기술 확보입니다. 장비를 수입하고 공장은 지을 수 있지만 해외 반도체 회사들이 수십년 개발한 누적된 기술을 몇 년 만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죠.


칭화유니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3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기술협력을 타진했으나 무산됐습니다. 또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의 반대로 좌절됐는데요. 대만 이노테라 등을 통해 기술을 얻어내는 방안도 미국 마이크론이 이노테라를 100% 인수해 무산됐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인력 스카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인재 영입은 신규 분야의 핵심 노하우를 단기에 습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 인수합병(M&A)과 달리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_ 한국에도 손을 뻗는 중국의 움직임 



중국의 기술 확보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핵심 기술을 빼낸 고위 임원 이 모씨가 구속 기소됐는데요. 이 씨는 작년 5∼7월 'LSI 14nm AP 제조 공정의 전체 공정흐름도', '10nm 제품정보' 등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기술에 관한 자료 47개 등 68개 내부 기밀 자료 6800장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씨가 헤드 헌터를 통해 이직을 준비한 사실 등을 확인하고, 이 자료를 이직하기 위한 '몸값 높이기'에 사용하려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디스플레이산업에서 한국 기업 M&A와 인력 확보로 한국 기업을 따라잡은 역사가 있습니다. 2002년 하이닉스가 어려웠을 당시 LCD(액정표시장치)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중국 BOE에 매각했는데요. 인수 이후 BOE는 약 10여년 만에 세계 최대 10.5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는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가장 위협적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생명은 기술입니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동종 업계 이직 제한 규정 등을 두고 있지만 계열사 취업 등 우회 방법이 있어 막기 어렵습니다. 불안한 국내 고용 사정과 연봉의 3~9배를 내건 중국 업체들의 유혹도 국내 반도체 인력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데요. 국가핵심기술인 만큼 국가도 나서 중국 업체들의 인력 스카웃이 적법하게 이뤄지는 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핵심기술 유출은 기업 차원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렵게 개발한 첨단 기술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합니다. 세계 1위 메모리 기술을 지키기 위해 정부, 대학,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문 인력을 키우고 이를 지켜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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