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베테랑 아버지가 취준생 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STORY/Passion 피플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청춘들은 그 누구보다도 바쁜 게 사실인데요. 그래서 특히 가족과 많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곤 합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는 데 가장 든든한 멘토이자 조력자가 우리의 부모님이라고 한다면?! 분명 의아하실 텐데요. 30~40년간 자기 일을 묵묵히 해온 우리 부모님은 어떤 멘토보다도 가슴 따뜻한 조언을 전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죠. 오늘은 이처럼 우리가 놓쳤던 인생 선배로서의 부모님을 통해 사회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실판 <미생>의 주인공, 우리 아버지 


▲이미지 출처: tvN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tvN 드라마 미생 中』


드라마 <미생>을 보면 사회초년생에게 사회생활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대사들이 가득 차 있는데요. 우리 아버지들은 드라마보다 더한 사회생활을 버텨온 분들입니다. 이를 통해 본인의 직장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자식들은 밟지 않았으면 하는 길을 알려주거나, 돌이켜 보았을 때 겁먹지 않았어도 되는 상황 등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해줄 수 있죠. 우리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회생활에 등불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듣기 위해 영하이라이터 김수민이 직접 나섰습니다! 사회생활베테랑 아버지 두 분이 본인의 딸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을 엿들으러 떠나볼까요? 




하나. 아버지의 길을 똑같이 따르려는 딸에게 



“우리 딸은 나중에 커서 누구랑 결혼할 거야?”라는 물음에 “당연히 아빠지!”라며 천진난만하게 아버지를 따랐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여기, 어른이 된 지금도 아버지의 길을 따르겠다며 같은 직업을 꿈꾸는 딸이 있습니다. 30~40년간 일을 해온 아버지는 딸이 거친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꿈을 꾸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전하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사회생활 베테랑 김민배 아버님,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36년째 언론인으로서 TV 조선에 근무 중인 김민배입니다. 저는 대학원 재학 중인 아들과 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Q. 딸이 본인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데, 아버지의 영향이 컸나요?

미디어와 사회적인 이슈에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하지만 친숙한 환경만을 얻었을 뿐, 딸이 단순히 저를 따라서 하는 것 같진 않아요. 딸이 현재 신문방송학과를 재학 중인데 학교에서 토론하고 온 주제 및 최근 이슈나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 자주 물어보고 얘기를 나누곤 해요. 이럴 때면 저의 말을 따르고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하기 보단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저에게 설득시키기까지 하더라고요. 언제 제 딸이 이렇게 컸는지 신기할 정도로요. 



Q. 30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이 직종에 계속 종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의 유혹도,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론인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없다고 생각해요. 분야와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든 취재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시민부터 기업의 CEO, 각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대통령까지. 제가 언론인이 아니었다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Q. 30년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사회초년생 시절이 있으셨을 거 같아요. 그 당시 했던 실수 중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은 없으셨나요? 

저는 언론계에 처음 발을 딛기로 결심했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는 기사를 쓰기로 결심했었습니다. 이 결심 하나로 열심히 취재하며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도 풀어 드렸는데, 항상 제 마음처럼 되진 않더라고요.


한 번은 제가 강남 경찰서 출입기자 시절 때였어요. 한 아버지가 급하게 아들의 수술비가 필요해 여러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훔쳤다는 조서를 봤죠.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 바로 기사를 작성했더니 바로 다음 날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수술해주겠다던 병원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후원비가 모였어요. 도와줄 수 있겠다는 뿌듯한 마음에 후원금을 전달하려고 알아봤더니 그 말이 모조리 거짓말이었어요. 선의로 쓴 제 기사가 거짓 기사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 이후로 저는 사람을 처음부터 믿진 않아요. 미디어의 힘이 막강한 걸 알다 보니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이 경험을 통해 우리 딸한테도 생각보다 사회는 많이 빡빡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그 만큼 다른 요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알아봐야 한답니다.



Q. 딸과 더불어 언론인을 준비하는 20대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PD와 같은 언론인은 인간사(事)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해야 해요. 사람들이 무슨 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무슨 일로 속이 뻥 뚫리는 지를 캐치할 줄 알아야 하죠. 그리고 이로부터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물론, 직접 사람들을 만나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책, 다큐, 예능 등 미디어에서 비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읽어내려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연습이 반복된다면 언젠간 사람을 다루는 본인만의 내공이 생길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본인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딸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부탁 드립니다.

사실 저는 딸이 저와 같은 직종을 꿈꾸는 게 제 영향을 받아서 한 선택이 아니었으면 해요. 본인의 직업을 고르는 데 아빠가 아니라 본인이 기준이 되었으면 하니까요. 의사가 돈 많이 번다고 해서,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우르르 몰려가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노력했으면 해요.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몇 차례의 실패를 거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시행착오를 절대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실패가 나중엔 분명 내공의 거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아빠로서 딸은 꼭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해요. 월급이 적어도 사회적인 평가가 비교적 낮아도 우리 딸은 행복했으면 하니까요! 




둘. 치열한 경쟁률의 국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딸에게 


 

요즘 들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공무원시험, CPA, PEET 등 시험을 준비하는 20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번 4월 8일 9급 공무원 시험만 해도 17만 2천여명이 응시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딸의 아버지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요? 




Q. 안녕하세요. 사회생활 베테랑 김기환 아버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현재 한국은행에서 근무 중인 김기환입니다. 대학교 1학년 아들 한 명과 현재 CPA를 준비 중인 대학교 3학년 딸의 아버지입니다. 


Q. 딸이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국가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딸에게 어떤 자세로 시험에 임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나요?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준비한다는 건 참 마음먹기도 어렵고, 공부하기도 어렵고, 붙기도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시작한 이상 본인의 페이스와 공부방법으로 후회 없이 공부해보았으면 해요. 다른 친구들처럼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밤새워 놀고, 남들 다 보는 영화보면 시험 보기 전에 뼈저리게 후회하는 순간이 오거든요. 이런 공허한 마음을 느끼지 않고 본인만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도 힘든 게 시험이니까요. 그러니 ‘저 사람이 명강사래’, ‘쟤는 취업해서 그만 뒀대’, ‘이 부분은 많이 안 나올걸’과 같은 말에 휘둘리지 말고 ‘나 오늘도 하던 대로 참 열심히 했다’라는 마음이 스스로 들게끔 공부했으면 해요.


Q.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무척 긴장된 순간이 있으셨을 텐데요. 베테랑답게 그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본인의 행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으면 확실히 마음이 편해집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것보단 할 말과 할 일을 순서대로 메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백 명 앞에서 말을 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긴장이 되지 않더라고요. 사실 전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도 무슨 말을 할 지 이렇게 다 적어보았거든요. (웃음) 성격 자체가 매우 꼼꼼한 편이라 이 방법이 너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상황에 처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상황에 대비하는 것까지 제 행동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어떻게 파악하냐고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강연이나 PT를 하는 대상이 어떤 공통점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왜 이걸 준비하라고 했을까를 파악하다 보면 ‘이런 부분을 궁금해 할 수 있겠구나’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본인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고 너무 겁먹지 마세요. (웃음) 그 자리를 마련해준 건 상대방보다 특정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니까요!




Q. 딸과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가끔 일이 풀리지 않아 막히는 순간이 오곤 합니다. 그럴 때 해결방안을 딸에게 추천한다면?

‘뭉쳐진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나가자’입니다. 우선 일의 자초지종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적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떤 걸 우선순위로 해야 될 지 순서가 세워질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ㄱ’부터 하나 하나 짚어나가면 어느 순간 실타래가 풀어져있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단순무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무식한 건 절대 나쁘지 않아요. 어쩌면 제일 빠른 길일 수 있거든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문제가 너무 안 풀릴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을 나열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하나씩 파고드는 거에요. 그러면 어느 순간 문제가 안 풀렸던 때와는 다르게 뭉쳐진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손쉽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Q. 딸에게 본인의 꿈을 찾아가기 위해 시험 준비 말고도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자신이 가고 싶은 직종의 사람들, 이를테면 학교 선배, 강연, 실무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경험을 듣고 체화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그들의 습관부터 공부해온 팁, 현재 직장생활 속 얘기를 바탕으로 몸에 익히는 거죠. 물론, 그런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회가 온다면 이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Take a chance on me’라는 말이 있잖아요. 가령, 인턴 회식 자리를 통해 관리직 분들과 얘기할 기회가 생기거나 학교 선배가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했다면 쭈뼛쭈뼛 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많은 질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Q. 마지막으로, CPA를 준비하는 딸은 물론 한국의 공시생들에게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에 진출하면 대학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간 다음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알차게 살았으면 해요. 특히,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타협하지 않고 100%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쌓여서 이 노력은 시험의 합격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꼭 보상을 받거든요. 저만해도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한국은행에 입행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는 얼떨결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열심히 한 노력이 모여서 미래를 바꾼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아버지이자 사회 선배로서 전해준 이야기, 잘 읽어보셨나요? 한 집안의 가장이 사회생활을 마무리할 때쯤 자식들은 사회초년생으로서 거듭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진실하고 따뜻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일 거예요. 30~40년 농축된 사회생활의 지혜를 지닌 베테랑분들이실 테니까요! 오늘 밤은 부모님의 뭉친 어깨를 안마해 드리며 먼저 다가가 진솔한 대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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