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거리는 ‘층간소음’ 3D 낸드플래시, 어디까지 쌓을까?

TECH/반도체 Insight



예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는 데이터를 입력해서 처리하고 출력하는 일종의 고성능 계산기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설계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존 폰노이만(John von Neumann)’인데 흔히 ‘폰노이만 구조’라고 부릅니다. 현재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컴퓨터는 이 구조를 사용하고 있죠. 사실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입력된 데이터를 중앙처리장치(CPU)가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억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기억장치는 크게 주기억장치, 보조기억장치로 나뉩니다.




_ D램과 플래시 메모리의 다른 점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D램과 플래시 메모리의 차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D램은 ‘Random Access Memory’의 일종으로 전원이 나가면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입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21세기 이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말 그대로 전원을 끄더라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죠. 두 가지 메모리 모두 개인용 컴퓨터(PC)를 넘어서서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적용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현대문명을 이루고 있는 전자기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거니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D램은 주기억장치,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보조기억장치로 쓰입니다.


그러면 같은 메모리임에도 D램은 주기억장치, 플래시 메모리는 보조기억장치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속도’ 때문입니다. D램은 계속해서 전기가 들어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속도로만 따지자면 S램이 더 높지만 용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가격도 비싸죠. 그러니 가격이 적당하면서 성능과 용량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D램이 주기억장치로 널리 사랑받게 된 겁니다


플래시 메모리도 같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보조기억장치의 대명사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였죠. 그 이전에는 콤팩트디스크(CD)나 플로피디스크(FD)가 있었고요. 컴퓨터 산업이 초장기에는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쓰는 천공테이프도 있었습니다.




_ 보조저장장치의 대명사, 낸드플래시


차세대 보조저장장치의 대명사가 된 낸드플래시



D램으로 천하 통일된 주기억장치와 달리 보조저장장치는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사라졌습니다. FD나 CD는 물론이거니와 광자기 디스크(MO), CD와 MO의 장점을 결합한 상변화 드라이브(PD)까지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FD와 같은 자기디스크의 밀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리거나 HDD의 특징을 잘 살려 외장형 보조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나왔죠.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보조저장장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다양한 보조저장장치는 플래시 메모리에게 순식간에 평정 당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죠. 작고, 빠르고, 내구성이 좋았고, 사용자 편의성이 무척 좋아서입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따라 노어(NOR)와 낸드(NAND)로 나뉘는데 일반적인 보조저장장치에는 낸드플래시라고 보면 됩니다. 


낸드플래시가 노어플래시를 제친 이유는 S램과 D램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격 대비 용량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주기억장치도 그렇지만 보조저장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중앙처리장치(CPU)나 운영체제(OS)에서 인식할 수 있는 용량에 제한이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보조저장장치는 아무리 클라우드 시대라고 하더라도 용량이 커서 나쁠 건 없겠죠.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같은 라인업이라면 CPU나 주기억장치 용량으로 모델이 나뉘지 않죠. 16~128GB 용량의 보조저장장치, 결국 낸드플래시 용량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제부터 조금 더 자세한 기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의 최소 단위인 셀에 몇 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싱글레벨셀(Single Level Cell, SLC), 멀티레벨셀(Multi Level Cell, MLC), 트리플레벨셀(Triple Level Cell, TLC) 방식으로 나눌 수 있죠. SLC는 1비트(0, 1), MLC는 2비트(00, 01, 10, 11), TLC는 3비트(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SLC는 다시 쓰기 가능 횟수와 읽기, 쓰기, 지우기 성능이 MLC와 TLC보다 우수합니다. 단순히 읽고•쓰고•다시 쓰는 성능으로 보면 ‘SLC>MLC>TCL’ 순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와 달리 같은 미세공정이라면 TLC가 가장 용량을 많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HDD 대신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모아놓은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어떤 방식이라도 플로팅게이트(Floating Gate, FG)에 전자를 저장하는 구조는 같습니다. 다만 이 전자를 어떤 형태로 인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예컨대 SLC는 전자가 없으면 0, 있으면 1로 인식하면 그만입니다. MLC는 어떨까요? 전자가 없거나, 조금 있거나, 중간쯤 있거나, 많이 있거나를 ‘00, 01, 10, 11’으로 나눠야 합니다. TLC로 가면 8단계(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가 필요합니다. FG는 절연체인 산화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자가 자주 들락거리면 수명이 짧아집니다. 


TLC 방식 낸드플래시가 처음 등장했을 때 MLC나 SLC와 비교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인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TLC도 MLC 못지않은 내구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심지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인 올플래시 스토리지에도 사용할 정도이니 기술 자체는 충분히 농익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D램보다 빨리 발전, 3D로 발상의 전환



낸드플래시는 D램과 비교해서 스케일업(Scale Up)이 더 빨랐습니다. 가령 D램이 30나노에서 20나노로 진입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면, 낸드플래시의 경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단순히 미세공정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더 원활하게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주기억장치인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어디까지나 보조저장장치 그 자체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겠습니다. D램은 처음 1GB에서 2GB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3GB나 4GB가 일반적입니다. 일부 업체는 프리미엄 제품에 6GB 혹은 8GB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6년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낸드플래시는 어땠을까요? 4GB에서 8GB로, 16GB에서 32GB로, 64GB에서 128GB로 D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용량이 커졌습니다. 이는 낸드플래시 입장에서는 큰 과제나 다름없었습니다. 미세공정 한계는 가까워져 오는데 용량은 계속 늘려야 했으니까요.


▲ 3D 낸드플래시는 위로 쌓아올리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용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메모리 셀을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낸드플래시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3D 낸드플래시도 업체에 따라 구조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업체는 전통적인 FG를, 어떤 업체는 차지 트랩 플래시(Charge Trap Flash, CTF)를 이용합니다. 


CTF는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토록 함으로써 셀과 셀 사이의 간섭 현상을 줄이고 간격을 좁힐 수 있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셀을 묶은 어레이를 제어하기 위한 컨트롤 회로를 주변에 반드시 수평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죠. FG는 이를 셀 아래쪽에 배치할 수 있어 그만큼 비용절감이 가능하지만, 셀을 수직으로 쌓는 것 자체로만 보면 CTF보다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3D 낸드플래시는 몇 단까지 쌓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기술이 나왔을 때 이론적으로 100단이면 고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200단까지는 너끈하게 쌓아올릴 수 있을 전망입니다. 


왜냐하면, 쌓다가 쓰러질 것 같으면 절반을 잘라서 올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더블 스태킹이라고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스태킹을 하면 그만입니다. 생각과 달리 쌓는 것보다는 올려봐야 돈이 안 되니 골치입니다. 비용이 너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해야 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너무 많이 올리면 패키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리긴 올리는데 싱글 스태킹으로 얼마까지 경제적으로 작업하느냐가 관건이 됐습니다. 여기에는 중간(30~50층 사이)에 발생한 결점(Defect)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 2D에서는 가로와 세로로 영역을 넓히면 됐지만 3D의 경우 한쪽(위)으로만 쌓아야 해서 생각보다 적층 한계가 빨리 다가올 수 있습니다. 200단 근처부터는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층간소음’을 잡으면서 아파트를 저렴하게 지어야 하는 문제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층과 층 사이의 콘크리트를 얇게 만들면 단수 자체를 높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금방 휘어지거나 무너져버리고 말 겁니다.




D램이든 낸드플래시이든 경제적인 이유로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기술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닙니다. 앞으로 적어도 5년 정도는 3D 낸드플래시에 있어서 또 하나의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이 늦었지만 연구개발(R&D) 성과가 이어지면서 빠르게 격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D램을 넘어서 낸드플래시, 그리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어떻게 세상을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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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진전문대-서범진 2017.04.07 12: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정보 새롭게 알아갑니다!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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